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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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은 살면서 마주하는 다른 어떤 기쁨과도 이질적이고 독보적이다. (넘나좋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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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부로 나누어진다. 작가가 법학전공자인 탓에 법과 철학에 대한 질문이 책 안에서 수없이 이루어진다. 책을 읽는동안, 20살이 넘는 두 남녀의 성과 사랑에 대하여 시작한 논의는 책이 전개되면서 죄책감과 수치감이 공존하는 사랑, 역사적 판단에 대한 이입과 판단보류, 법도덕, 품위와 자유 등 많은 주제를 오가며 독자를 극한으로 떠밀어낸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고.
나라면, 이라고 시작한 생각은 한참을 흔들리며 애매한 방향에서 멈췄다. 결국 모든 판단은 직접 겪지 않는 한 결론지을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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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담백한 어조는 뛰어난 묘사로 인해 더 빛을 발한다.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구절을 써? 하고 고개를 뒤흔든 순간들이 몇번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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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행복이 불행으로 막을 내리면 때로는 행복에 대한 기억도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이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중략)
p.114
그녀는 기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달리면 뒤쪽에 처지는 도시처럼 뒤에 남았다.
p.228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다리를 놓고 양쪽 강가를 모두 관찰하고 그리고 양쪽에 다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p.273
(중략) 우리의 인생의 층위들은 서로 밀집하여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중의 것에서 늘 이전의 것을 만나게 된다. 이전의 것은 이미 떨어져 나가거나 제쳐둔 것이 아니며 늘 현재적인 것으로서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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