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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사건,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혁명, 대공황,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히틀러, 팔레스타인, 베트남, 미국의 인종 불평등, 핵무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에 대해 다루었다.
아무래도 역사 책이다보니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구체적인 수치나 연도를 언급하며 기술한 것이겠지만, 정보 전달에 너무 힘을 줘서인지 흐름이 끊긴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자주 있었다. 분명 다른 책에서 읽을 땐 흥미롭게 읽혔던 이야기들이 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사건에 영향을 준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소개한 점은 좋았다. 다른 사건으로 알고 있었던 사건들 간의 연관성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역사를 재밌게 설명하는 건 역사 덕후인 전공자들은 따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물건이 덜 팔리자 기업은 생산량을 줄이고 노동자를 해고했으며 신규 투자를 유보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합리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불행해졌다.
-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中
다 살아보겠다고 하는 짓인데 결과적으로 치킨런의 게임으로 치닫는 현실... 회사를 좀 살려보겠다고 야근을 시키는 건데 사실 그 야근러들은 회사의 소비자들이고.... 소비자들은 소비할 시간이 없고.....그래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슬픈 이야기...
주4일제를 시범적으로 운행하는 곳이 생겨나는데 어라? 황당하게도 주4일을 일했더니 더 효율이 높았더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단다. 내 주변 야근러들 중에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밤까지 일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어떤 야근러는 사실상 6시까지 단톡방에서 하루종일 떠들다가 뒤늦게 야근을 한다며 우는 소리를 종종 한다. 전자의 경우엔 주4일을 일하면 과연 더 행복해질까 싶기도 하고(남들 놀 때 혼자 일하는 거 아니냐) 후자의 경우엔 주4일을 일해도 똑같이 놀 것 같다. 그래도 주4일제를 시행하는 건 꽤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열심히 일한다.. 나조차도 일을 안 하고 노는 꼴을 못 본다,, 나도 모르게 요상한 가치관이 자리잡은 건지도 모른다..(경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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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로봇을 쇼핑몰에 풀어놓고 인간의 이동 경로에 부딪치면서 지나가게 했더니, 아이들이 로봇을 학대하고 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대의 이유를 인터뷰한 결과, 로봇을 물건으로 인식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살아 있고" "고통을 느낄 것" 같아서 괴롭혔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에 제작자는 로봇이 아이들을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알고리즘을 넣었다.
-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中
혐오만큼 돈도 노력도 배경도 필요치 않은 권력이 어디 있겠는가. 간단히 권력을 쥘 수 있다는 유혹은 얼마나 달콤한가. 혐한을 하는 일본의 넷우익은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무시만 받아 왔다. 하지만 혐오를 시작하자, 나는 비로소 누군가의 위에 설 수 있었다." 이 심리는 모든 혐오 발산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같은 책 中
SF라는 큰 줄기를 기준으로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답은 하지 않은 채 끝내기 때문에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즐거운 책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두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사람들과는 달리 그 장면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고민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확답을 주는 일은 그 사람을 권위있게 만들고 우아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또 다른 가능성의 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존재만 보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 그건 아무 진보도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책에 나온 아래의 문장은 꽤나 매력있었다.
빛은 가다가 멈출 수 없고 서로 부딪칠 수 없으니 광선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어리둥절했다. "가다가 멈추고 서로 부딪쳤다면 빛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 과학자는 영화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 것이 뿌듯하다는 논조로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러니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보자.
- 같은 책 中
이 뒤에 나오는 내용은 예상하다시피 광선검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뻗어가는 광선을 막기 위해 거울을 사용한다면? 색을 띄게하기 위해 플라스마를 사용한다면? 아무래도 이런 상상이 안 된다고 선언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고 재미있다.
문득 안 된다고 포기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안 되는 이유라거나 시도할 수 없는 이유들은 굉장히 많지만 안 된다는 설명을 하며 인생을 사는 건 역시나 재미가 없다. 그러니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지?
2021년에 읽은 책들을 마무리하고 문득 4년 전부터의 기록을 대충 훑어보니 별점이 점점 후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래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책을 읽을수록 취향이 넓어지고 사소한 내용에서도 느끼는 바가 좀 더 많아진 것 같다. 별점은 결국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며 주게 되는데, 이젠 어떤 책을 읽더라도 조금이라도 깨닫는 순간들이 하나씩 생겨나는 느낌이랄까.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한 감정들도 요즘은 더더욱 알 것 같다. 겨울날 따뜻한 유자차 한 모금이 주는 위안이라거나 밀폐용기에 크루와상 생지를 넣어두고 다음날 꺼내봤을 때 부풀어있는 것을 보고 느끼는 묘한 성취감, 추운 날씨에도 죽지 않고 바들바들 떨며 제자리를 버티고 있는 나무가 주는 대견함같은 것. 짧은 통화 후에 짧은 통화가 못내 걸렸는지 자전거를 반납하느라고 짧게 끊었다며 핑계대는 아버지의 문자. 이런 몽글몽글한 것이 행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