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고요하게 걸어와서 와장창창 깨뜨리고야 만다.
너무나 고요해서 방심하던 차였는데 와장창.
이젠 좀 견고하겠지 하던 차에 와장창.

더 이상 책은 선물로 받고 싶지 않다.
나는 책은 쉽사리 버릴 수가 없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그 시집을 책꽂이에 뒀는데 그 책이, 지나갈 때마다 슬쩍슬쩍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울음이 터진다.

오늘은 밥을 먹다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한강의 시가 생각나서 다시 울음이 날뻔 했다.
모든 순간들이 지나가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서글픈 적이 없었다.

최근 글에 ‘혼자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사람’에 대해 썼는데 그게 어쩐지 내가 되어버렸다.
마음이란 게 이렇게 아플 일인가 싶다.

내일은 마음을 챙겨서 바람이라도 쐬어야지.
그간 몸을 안전하게 한다고 마음을 내동댕이쳤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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