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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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올해는 단편소설집에 5점짜리 별점은 주지 못하겠다고, 혹은 주지 않겠다고 묘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어쩐지 별점을 너무 잘 주면 신빙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신유진 작가의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라는 단편집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단편소설집에 또 5점을 주지는 않겠지, 했다. 그런데 단편소설도 아닌, 손바닥 소설집인 이 책에 내 마음을 뺏길 거라고는 책을 빌리는 순간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느라 제대로 듣고 있냐고 욕먹는 주인공을 볼 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김금희 작가에게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순간이.

내가 쓰고싶은 글은 이런 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너무 구질구질하고 눈물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답답해죽겠는 마음을 쏟아붓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 모두가 피해자고 세상 모두가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글을 쓰는 일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건도 없고 정말 별 것도 없는 인물들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할뿐인 이야기들인데,
반주를 하며 모기보다 못하다고 자기를 탓하는 사람의 대사와 모기는 모기고 자네는 자네라고 위로하는 다른 사람의 대사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언젠가 그런 위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도.

Yes기준으로 별점을 보니 8.8밖에 안 되는데. 그런 별점 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을 순 없다. 너무 좋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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