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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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몇달 전, 이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기존의 형식을 깨고 관객에게 욕설을 부으며 깨달음을 얻게 하는 이 작품에 대해 익히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들어오긴 했다.
책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 읽었다. 페터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의 대표작인 이 책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은 올랐다.
그렇게 앞쪽을 읽어나가는데 처음에는 ‘이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으니 문학상으로 선정하면 많은 이슈거리를 가져올 수 있었겠구나, 하는 세속적인 판단을 혼자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지고 말았는데, 어느 순간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느꼈으면 한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 나와 너, 우리, 그들, 소통, 독선, 위선, 예절, 예술 등 그 모든 것에 대한 작품이다. 백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느껴야 할 깨달음을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깨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없이 읽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겠지만 아주 천천히 그 문장들의 의미를 해독하다보면 저절로 아, 하고 느끼고 만다.
아무런 설명도 없고 비슷한 문장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무언가를 자꾸 던져주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것은 문학작품이자 철학서이다.
이것은 타인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외치는 목소리다.
이것은 그따위로 살지 말라는, 내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열을 할 뿐이고 그 중에 내게 해당하는 것을 취사 선택하여 상처받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욕은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최승호 시인의 ‘북어’처럼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이런 식으로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가 쓴 소설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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