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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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시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기대했다. 기대해서인지 실망했다. 사실 내게 별점은 절대적인 의미가 없다. 많이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경우엔 별점이 짤 수밖에 없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괜찮다싶으면 나도 모르게 통이 커지는 것 같으니까. 특히나 에세이에 좋은 별점을 주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젠 예전에 비해 좀 더 살아봤다고, 경험 좀 해봤다고 나름의 인생철학이 생긴 것인지 웬만한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는 지긋지긋하다. 30년 넘게 잔소리가 쌓여서 내가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얼마나 더 얹을 잔소리가 있겠냐는 거다.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시를 쓰겠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다. 자기가 온정을 품은 사람에 대해 따스하고도 따스한 사람. 따스한 마음에 같은 마음으로 대응할 줄 아는 사람. 그러나 따스한 사람에게 실망하고 서툴렀던 경험에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한 번 서툴러지는 것에 설레는 사람. 이병률이라는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읽는 마음으로 에세이를 읽었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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