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 청춘을 매혹시킨 열 명의 여성 작가들
이화경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17. 작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당하고도 다시 한 번 사랑을 외칠 수 있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래도 된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응원해줄 목소리가 필요했다.

언젠가 사랑, 이라는 말에 둔중한 무게를 담아 의미를 읽던 때가 있었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러기 위한 시간이 충족되었을 때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어리석게도 무지한 상황에 대해서는 “그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단호하게 말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내게 그렇게 말한다. 그건 사랑이 아닐거야, 라고.

그러니 내게 응원을 해줄 사람은 이미 무덤 속으로 들어가 누운 그녀들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을 하라고 말하는 이들 틈에서 “너는 너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속삭여줄 악마같은 목소리가 내게 필요했다.

글쎄. 편안한 사랑을 하는 것이 좋은 걸까. 정말 좋은게 맞을까. 언젠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너를 만나고 나서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힘들고 고달퍼도 그리워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꽤 멋진 일이 아닐까?

한 사람을 가슴에 묻고 독신으로 살다간 제인오스틴의 삶과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에서 파괴당해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 쇼팽을 위해 헌신하다가 자신의 딸을 내어주게 된 조르주 상드의 삶.
아직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그녀들의 삶이 슬프다고만 말하기엔 사랑 있는 삶에는 매혹적인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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