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

누군가 ‘겹겹, 겹겹의’ 를 낭독하는 것을 듣고,
바로 구매한 책이다.
첫문장을 듣는 순간 바로 그 문장을 귀가 아닌 눈으로 읽고 싶어져서 인터넷 주문을 했더랬다.
살면서 ‘겹겹’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아름답고 쓰라린 적이 있었나. 나는 기쁨과 슬픔과 아련함과 그리움과 아픔과 둔중한 깨달음이 하나의 공간에 켜켜이, 겹겹이 쌓일 그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이 시집의 앞부분을 읽을 때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절망하고 있었는데
시집을 3/4쯤 읽었을 때 그런 내게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누군가가 나타났고
나는 시집 읽기를 멈추었었다.
그리고 다시 남은 1/4를 읽은 건 그 사람이 떠나간 후였는데
아무렇지 않았던 글들이 자꾸만 마음을 찔러대는 통에
나머지 부분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시집의 뒷부분에 시에 대한 해설이 붙어있는데
대충 훑어보던 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에서의 ‘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대충 보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건 ‘당신’일 것이다, 라는 것이 해설자의 해석이었는데,
나는 그 해석조차 아프게 들렸다.

나를 떠나간 그 사람이 내게 ‘신’이었던가, 라는 생각에
그리고 그가 ‘잠시’만 나의 신이었다는 생각에 다시 또 괴로워졌다.
유희경 시인이 정말로 그런 의미로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집의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