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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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일이 바빠져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면서 책을 선택하는 일에 신중해졌다.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선택하고 그 마저도 실패하게 되면 미련없이 책을 덮는다. 그런 책은 읽은 책으로 올려두지 않는다. 어떤 책들은 얄팍한 술수를 써서 마지막을 궁금하기 만드는 전략을 취하는데 그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술수에 넘어가서 다 읽은 후 ‘읽은 책 목록’에 넣어두고는 자존심 상해한다. 그만큼 좋은 책들의 존재를 알아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추천받고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작년 12월이다. 완독까지 5개월 걸린 셈이다. 그때 내게 쏟아져 들어오던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빨리’ ‘해치우기’ 위해 나는 얼마나 책에 무심했던지 그래서인지 이 책이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5월이 되어 애매하게 읽은 이 책을 이어서 읽을 여유가 생겨서 조용히 읽어내려갔는데, 그러다 문득 몇 개의 문장들이 연속적으로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좋은 구절이다 싶은 그곳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다음 장을 넘겼는데 여전히 좋은 구절이 있다.
나는 그런 순간에 희열을 느낀다.
평소의 습관대로 책을 뒤집어 가격을 본다.
16,000원.
돈을 벌었다는 기분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은 ‘넙치의 온전함에 대하여’ 라는 글이었다. 근래의 내 상황에 맞아 떨어져서 더 좋게 느껴졌을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하는 책의 목록이 나오는데 그 중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체크해두었다. 추천 내용은 읽지 않았다. 스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
좋은 책들은, 그리고 좋은 작가들은 끝없이 책을 뻗어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독자로서는 기쁜 동시에 조금 버거운 일이다. 읽고 싶은 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가고 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거북이 독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다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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