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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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읽으면서 답답해지고 한심해지는 책이 있다.
내게는 다자이 오사무의 이 책과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그렇다.

인간으로 태어나 고작 이 정도의 삶의 의지밖에 갖지 못하고 산다니, 이 정도의 수동성이라니, 이 정도의 한심함이라니... 등등
한참을 답답해하고 한심해하며 불편해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나와 닮은 사람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그래서 이렇게나 답답하고 싫었구나,
여기에 내 모습이 드러나 있구나,
싶은 순간이 온다.
이방인이나 인간 실격이나 그런 의미에서 내게 최고의 책은 되지 못한다. 참으로 불편하고 마주하기 힘든 책이다.

인간으로서 실격된 삶은 어떤 삶일까?
가족에게조차 외면 당하고 자신의 부에 대한 죄의식으로 살아가며 아내의 바람을 마주하고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그리 변변치 못한 실력으로 직업을 꾸려가는 그런 삶?

5번의 자살 기도만에 자살에 ‘성공’하여 3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한심하다 할테고 누군가는 죽음이라는 최후의 철학적 문제를 완성한 자라고 평할지도 모르지.
인간실격을 읽으며 그는 상상력이 풍부한 자이거나 생의 곡절이 많은 사람이리라 생각했건만 상상력이 아니라 그의 삶이 거의 그대로 녹아져 있는 것이라고 하니 다자이 오사무가 안타까워졌다. 무너질대로 무너져버린 사람, 인간으로서 실격되는 느낌을 삶의 순간 순간에 느껴본 사람이구나 싶었던 거다.

인간 실격 뒤에 실려있는 ‘직소’라는 작품을 보며 그가 더더욱 안타까워졌는데, 기독교 신자였다는 그가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마음을 상상하며 서술한 글에 온통 자기자신을 파묻어 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그러나 그로부터 외면 당했을 때 완전하게 이를 파괴하고자 하는 배반의 감정.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그의 일기처럼 느껴진다.
인간적으로 내가 좋아하고 지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글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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