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5.

공연을 너무너무나 좋아하는 분들에게 공연에 드는 비용이 연간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그런 걸 생각하면 공연을 못 간다고 대답하더라....
예전엔 공연을 나도 꽤 많이 다녔었는데 그때 너무 많이 다녀서 질려버린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부터 그 값을 셈하게 된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공연 다니기를 꺼려했다.

때때로 생각을 하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공부가 끝날 시점이 까마득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학원 진학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서로에게 책임이 많아질 것들이 두려워 결혼을 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에게 내 삶을 온전히 바칠 것이 두려워 아이를 낳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을 읽고는 이 또한 죽음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애초에 죽음의 가능성을 판단하여 그 꿈을 이룰 리가 없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자 그 꿈을 가슴에 품었을 리 없다.
다른 사람의 생명만큼 내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들 또한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내가 죽지 않고 그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 일말의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고작 작업환경의 낙후, 불법주차 등이 막아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생과 사를 가르는 신성한 순간에 불법 주차라는 현실적인 단어가 가당키나 하는가?
자신의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상력의 부재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죄가 아닐까?

죽음을 저울질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용한 사무실 자리에 앉아 떠들고 타자기를 치며 일하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런 현실을 모른 채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같은 시간을 흘려 보낸다는 것이 꿈같이 느껴지지 않는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존엄한 일을 한다는 말로 그들의 비정한 현실을 포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바가지 욕을 해주고 싶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