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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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확장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느리게 읽었으나 나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탓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 여러 학자나 작가의 주장이 계속해서 전환되는 탓에 조금 헷갈린 부분들이 있었던 점이 아쉽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자리(장소)를 가진다는 것이고
주변으로부터의 환대를 받는다는 것인데,
그런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이고도 일시적인 일인가 생각해보라.
잠깐씩 마주치는 장애인에게 미소를 띠우며 선의를 담아 인사하는 일은 쉽지만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면, 그가 나와의 인사를 위해 매일 우리집 앞에서 아침 8시마다 나를 기다린다면 그때도 나는 반갑게 환대하며 인사할 수 있을까?
또는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잠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이 아예 한국에 눌러 살겠다고 하며 불법체류할 때, 나는 그 사람을 온전히 환대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대적 환대를 하는 세상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의 비교적 낙관적인 구절을 보고 나는 조금 슬퍼지고 말았다. 절대적 환대는 커녕 절대적 악의를 내비치는 일들이 근래에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그런 일들이야 종종 있었으니 이를 새로운 일이라고 보거나 세상이 말세라며 한탄할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마당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절대적 환대가 과연 가능할까?

그래도 조금 낙관적인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 우리가 종종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하기 위한 연기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상대를 보고 놀라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고 나와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러니 낙관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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