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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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독서 모임을 위해 다시 읽었다. 4월에 읽고 겪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다시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혀와 위가 못마땅해져서 여행을 떠난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식사를 겪고 본다.

어떤 식사는 쓰레기로부터 나온다. 가난한 나라에서 비교적 잘 산다는 사람들의 남은 음식이 그보다 더 가난한 이들의 식사로 판매된다. 갓 버려진 식사일수록 비싸다.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그 안에 부유한 국민과 가난한 국민이 있고 가난함 속에 더 한 가난이 숨어있다. 식사 또한 마찬가지다. 건강식이라는 단어조차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어떤 식사는 방사능으로부터 나온다.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나고 그 지역은 구제불가능의 지역이 되었다,라는 이야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어느 정도는 복원이 되었고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보다는 나아졌노라고. 거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마지노선이다.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는 건 우리들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쓰여진 1990년대에 그곳에서 여전히 식사를 하고 일을 해나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먹어도 괜찮다며 속으로 앓고 있을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식사를 하는 이들이 그때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우리가 보고 느끼고 아는 것은 얼마나 얄팍한 지식과 동정이었던가. 저자의 행동과 그들의 초연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만다.

어떤 식사는 무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수유를 통해 에이즈가 감염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과 알고 있음에도 줄 수 있는 음식이 없어 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그곳은 에이즈가 잠식하고 있을까? 약 2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면 인간에게 미래의 희망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아프리카가 있다. 드넓은 광야, 내리쬐는 햇빛. 그 안에는 살점이 뜯긴 옷에 들러붙는 파리 떼가 있다. 너에게 식사란 무엇인가? 너는 다른 이의 식사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인간은 무엇일까? ‘먹는’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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