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의 밤
신유진 지음 / 1984Books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5층 아파트 창문을 여니, 밤이 고요하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나를 불렀다. 너의 애씀이, 안달이, 비루한 오늘이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p.11)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면 구입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고민도 없이 책을 산 것은 순전히 서문에 적힌 저 문장 때문이었다. 저 문장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책을 구매했고 그 문장은 내 방에 자리잡았다. 별점이 5개인 이유 또한 저 문장 때문이다. 책을 펼쳐 서문을 읽을 때 아마도 나는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던 듯 하다. 한순간의 직감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문집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좋아하는 카페를 오랜만에 찾아갔다. 이 책과 함께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는데 그 순간이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행복감에 벅차오르던 느낌을 기억한다. 산문집이 아니라 시를 읽는 기분이 든다. 책의 제목이 ‘밤’에 대한 것이라 그럴 수도 있고 작가의 담담한 어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처럼 쓰여진 산문이라니. 시를 잘 읽지 못하는 나로선 여러모로 감격스러운 책이었다.

언젠가부터 가족에 대한 글을 읽으면 괜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뒤섞인 풋내나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이 되었다.
책 속 M이 말하듯 ‘누구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
그 문장에 위로받았으니 한동안은 침잠히 불행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땅히 선물하고 싶은 책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내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 생겼다. 쓸쓸한 위로가 담겨 있어 위안이 된다.
밤에게 잠을 뺏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8번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