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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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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3년 11월 23일
제목: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은이: 박웅현
펴낸곳: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1판 1쇄: 2013년 5월 20일
1판 9쇄: 2013년 6월 12일
얼마 전 책을 다루는 유일한 공중파 방송인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가을 개편 때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요일 밤 12시 3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대에 프로를 배정해 놓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를 하다니……. 아무리 예능 전성시대에 시청률이 신이라는 TV 방송이지만 공영방송에서 교양프로에까지 꼭 시청률의 잣대를 대야 하는 것인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KBS1에서 ‘TV, 책을 보다’를 시작한 것이다.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 도서 교양프로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름 황금시간대인-이건 이전과 비교해서-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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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첫 회 강연자로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광고인 박웅현 씨가 나왔다. 이 분, 글도 잘 쓰시지만 말씀도 잘 하신다. 본인이 쓴 인문교양서인 <책은 도끼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뒤이어 작은 질의문답, 토론이 이어졌다.
방송을 본 후 그 기분을 이어가서 몇 달 전에 사둔 채 아직 읽지 못한 저자의 신작 <여덟 단어>를 빼들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가 붙은 <여덟 단어>는 저자 박웅현이 2012년 10월부터 두 달여 간 20, 30대 청중들에게 강연한 내용들을 모은 것이다. 젊음에,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는 여덟 개의 키워드를 가져왔고, 그 하나하나가 강연의 주제가 되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조근조근한 말투로 풀어냈다. 글 속에 구어체 어투가 그대로 살아있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자의 강연을 직접 듣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생에서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후배에게 이야기 하듯이, 또 때로는 삼촌이나 아빠가 나이 어린 조카와 아들, 딸에게 찬찬히 이야기를 하듯 저자는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씩 짚어 간다.
1강. 자존(自尊)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pg. 33)
2강. 본질(本質)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존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pg. 60)
3강. 고전(古典)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에 굴복합니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 3백 년, 5백 년을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살아남을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정말 궁금했어요. 모든 것이 시간 앞에 다 풍화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고전 작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 풍화되기보다 마치 시간에 엄호를 받고 있는 듯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고전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본질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pg. 79)
4강. 견(見)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던지는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먹고 사는 나의 생업을 위해 필요한 창의력,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오직 ‘見’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g. 112-123)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pg. 125)
5강. 현재(現在)
그러니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책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pg. 141)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pg. 149)
6강. 권위(權威)
7강. 소통(疏通)
‘7 Words Rule’ (중략)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pg. 207)
그러면 계속해서 딱 한 마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지점까지 좁혀나가죠. 이걸 생각의 증류라고 해요. 현상은 복잡하고 본질은 단순한 이 세상에서 단순한 본질을 뽑아내기 위한 증류 과정은 제가 일하고 있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pg. 208)
8강. 인생(人生)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유머 감각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뇌관이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고, 뇌관은 바깥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걸 믿으세요. 모든 사람은 때가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터질 만큼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pg.227)
더 달리다 보면 네가 앞서가는 레이스가 올지도 모르고, 다시 뒤처질 수도 있고 그러다 앞서 달릴 수도 있어. 그게 마라톤이야. 한 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 번 졌다고 기죽지 마. 마라톤은 완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어. (pg. 231)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뒤표지에 적힌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라는 말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헉헉거리며 살아가는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참 좋다.
이제 또 한 해가 꽁지 빠지게 사라지고 있다. 한숨 돌리고 새로 닥쳐오는 새 해를 향해 주먹 불끈 쥐고 다시 부딪혀갈 때다.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이맘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