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악의(惡意)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2008년 7월 25일

2012년 9월 30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체에는 뒷머리를 강타 당한 흔적이 있고 목에는 전화코드가 감겨 있었다. 처음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결혼한 지 한 달 된 젊은 부인과 오랜 친우이자 아동문학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였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친구가 살해된 이 드라마’를 글로 써서 남겨두기로 하고 수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주며 펼쳐진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피해자의 친우인 노노구치 오사무와 한때 같은 학교에서 선생으로 재직한 적이 있다. 그는 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노노구치의 수기를 읽게 된다. 거기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한 가가 형사는 결국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트릭을 파헤치고 노노구치의 자백을 받아내게 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모든 진상이 조목조목 밝혀진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잠시 책장을 덮고 확인을 했다. 겨우 책의 사분의 일 정도 분량에 이 모든 내용을 담겨 있었다. 그 시점에서 당연히 드는 의문은 책의 나머지 사분의 삼 가량 되는 분량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 있냐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의 정황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밝혀지지만 정작 그 동기에 대해서 범인인 노노구치는 입을 열지 않는다. 가가 형사는 동기를 밝히기 위해 더 깊이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고 그 결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자 히다카와 범인 노노구치 간의 비밀을 알아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진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가 형사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그 내면의 동기에 대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

 

개인적으로 나는 이 글이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좋았다. 범행에 사용된 트릭을 밝혀내고 범인을 색출하는 것 이상으로 그 범행의 밑에 깔려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인상 깊었다.

가가 형사는 한때 교사로 재직했던 당시 자신이 겪었던 학교폭력에서 목격한 ‘악의’를 이번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된다.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는 타인에 대한 ‘악의’. 그 음습하고 어두운 감정의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마오카가 학교폭력의 표적이 되었던 이유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악령의 봉인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폭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건 요즘의 학교폭력에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피해자를 덮치는 폭력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pg. 270)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는 직업이 작가인 인물이 꽤 많이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작가이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의 생각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노노구치의 입을 빌려 등단의 어려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작가의 고충 등을 토로한다.

   

 

작가에게 작품은 본신과도 같은 것입니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자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사랑하듯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낸 작품을 사랑합니다. (pg. 214)

   

 

이 글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 라는 질문에 가려진 왜, 라는 의문을 파헤친다. 한 사람이 타인의 목숨을 빼앗게 되는 그 어둡고 음습한 내면을 파헤친 글이다.

밀실트릭이나 알리바이에 의한 완전범죄 등, 흔한 추리소설에 식상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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