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은 아기 펭귄 보보
라이놀 지음, 문희정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넌 무엇이 되고 싶어?"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꿈꾸는

나이 들기 싫어하는 모든 어른을 위한 일러스트 동화

날고 싶은 아기 펭귄 보보

 

평소 가족 모두 모여 TV를 보는 일은 잘 없는데 아무래도 올림픽 시즌이다 보니

한국 선수들 경기가 있는 날엔 모두 모여 TV 앞을 지켰다.

선수들을 응원하며 같이 기뻐하고, 안타까워했다.

꿀잼이었던 올림픽이 끝나니 갑자기 허전한 기분이 좀 들기도 한다.

올림픽이 아니라도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TV를 보는 날이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모두 TV 앞으로 모여 동물농장을 시청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컬링과 봅슬레이 경기가 있는 시간과 겹쳐

결방된 동물농장 대신 열심히 컬링과 봅슬레이 선수들을 응원했다.

응원하는 중간중간 가볍게 읽으려고 꺼낸 책

'날고 싶은 아기 펭귄 보보'

동물농장 대신이라 동물 책을 고른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느낌이다.

 

 

'날고 싶은 아기 펭귄 보보'의 등장인물

 

보보네 가족: 가정주부이자 훌륭한 아빠, 알프레드 & 남극 유명 펑크록 가수인 엄마, 캐서린 & 보보

& 보보와 아빠가 함께 기르는 애완 아기 바다표범, 눈송이

보보의 친구이자 이웃집 누나인 코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현지의 문화를 연구하는 보보의 삼촌, 베네딕트

베네딕트 삼촌과 절친한 사이인 아델리펭귄 어르신, 듀크

펭귄들에게 알 수 없는 존재인 거대 펭귄

펭귄들도 너무 귀엽지만 아기 바다표범... 너무 귀여운 녀석! 이름마저 귀엽다... 눈송이라니!!!!

 

수많은 생명체들이 각자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구.

그중 남극 대륙에 살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펭귄들을

한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케이스 안에 생태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서 몰래 지켜보기로 하는데... ^^

 

 

p.59

책임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승낙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승낙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니까

더욱 신중히 결정하지요.

 

이 말 너무 공감된다.

 

 

p.65

우리는 늘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을 잊고 살지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마음을 전하세요.


이것은 진리!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과 같이 후회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자! 

 

p.99

우리는​⁠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습관처럼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맹점을 볼 수 있게 되지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세상을 달리 보게 된다고들 한다.

꼭 다른 문화가 아니더라도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여러 방면으로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p.123

우리가 인류를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인간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항상 그것을 생각하고 작은 일이라도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연구하는 보보의 삼촌, 베네딕트의

'극지방 동물 교실'

 

그림 속 북극곰의 '제발 구해주세요!'라는 간절한 외침... 북극곰의 눈물

남극의 펭귄들도 살아가기 힘들다고 한다.

 

책 중간중간 의미 있는 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적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세계 동물·환경 기념일

달력에 세계 동물·환경 기념일이 표시되어 있다.

가장 가까운 기념일은

'2월 27일 북극곰의 날'이다.

살펴보니 이런 날도 있었나 싶은 날들이 많았다.

3월 14일 강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4월 4일 종이 안 쓰는 날

4월 24일 실험동물의 날

4월 25일 펭귄의 날

8월 8일 고양이의 날...

 

아기 펭귄 보보와 보보의 가족, 친구들의 대화를 읽으며

올림픽 경기 중간중간 생각에 잠겼다.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펭귄들의 가볍기도, 진지하기도 한 대화 속에서

그들이 던져주는 기본적이면서도 심오한 질문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실 스스로 대답을 알면서도

용기가 없어 일부러 자꾸 멀리 돌아가려고만 해 길을 잃어 복잡해지는 것은 아닐까?

사실 답은 가장 단순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연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것도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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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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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내가 먼저 있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되었다.

오랜만에 가볍게 시집이나 읽어볼까 했더니

소설 읽는 것만큼 오래 걸렸다.

시가 짧다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

이제 그만해야지... 

 

차례

 

 

시를 읽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나는 것들이 많은지.

기억을 훑어가면서

좋았던, 행복했던 추억들 하나 둘

슬펐던, 아팠던 기억들 하나 둘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잊혔던 시간들이

되살아난다. 

짧은 글 한 줄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p.12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네가 있어 中)

 

p.19

날마다 우리의 날들은

짧아만 지는데

너와 나는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다

너무 멀리

헤어져 있다.

 

(해거름 녁 中)

 

이 시들을 읽으니 친구들 생각이 너무 난다.

멀리 떨어져 살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p.74

오늘 가장 마음을 울린 시는 쌍가락지였다.

아마 지금 나의 상황과 비슷해서 이지 않을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신 우리 엄마는 나에게

만약 엄마가 많이 아프면~,

만약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으시다.

그때 우리 엄마는 나에게 쌍가락지를 주시지는 않으시지만

어디에 뭐가 있다느니

그건 어떻게 하라느니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시를 읽으니 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시는 그때그때 상황과 마음 상태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오늘은 쌍가락지였지만

내일은 또 어떤 시가 마음을 울리게 될까?


사람을 담고, 추억을 담고, 인생을 담고, 자연을 담고, 사랑을 담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오랜만에 읽은 시였는데 너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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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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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보니, 보라, 창백한 말이라.

그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지옥이 그와 함께 따라다니더라.

창백한 말

 

 

 

차례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인간과 좀비와의 대치 상황을 중심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창백한 말' 좀 다른 것 같다.

인간과 좀비,

그리고 인간을 또 나누어 면역자보유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부류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면역자보유자로 나뉘는 세상.

면역자에게는 많은 것들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보유자에게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이다.

면역자에게는 프리 패스가, 보유자에게는 때마다 많은 확인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면역자와 보유자 간의 극심한 대우 차이는 당연히 그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보유자는 매일 약을 먹어야만 하는데 그 약 값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일을 구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면역자들의 배려와 자비(?)가 없다면 그들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또한 보유자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면역자들에게만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세상도 있다.

p.94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이곳이 인큐베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갖 지원과 헤택으로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게 보장한다. 일단 이 안으로 들어왔다면 전면적인 무상 보육과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다. 강제적 규정은 단 두가지, ~

그리고 면역자도 아니고 보유자도 아닌 '시체', 즉 좀비들이 있다.

면역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면역자이지만, 보유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또다시 보유자가 된다.

보유자가 먹어야 하는 비싼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다.

면역자가 가지는 특권의식은 보유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 듯, 이런 사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보유자인 수진은 자신과 같은 보유자인 딸 미나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겨우 생활을 꾸려가고 약도 사야 한다. 

정부에서 무상으로 공급하는 약이 있지만

그 약과 시중에 파는 약과는 품질 자체가 달라 비싼 약이지만 사서 먹여야 한다.

퇴근시간이 되어 급하게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장실로 오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회사에 그만 나오라고 한다.

연구원인 세영과 기자인 동생 미영.

기자인 동생 미영이 갑자기 죽었다.

부검 결과 총상이었던 처음 사망원인이

갑자기 불법 게임장에 들어가 시체에게 물려 변을 당했다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동생이 불법 게임장에 들어갈 이유도 없었거니와

그동안 동생이 해온 일을 생각했을 때

동생의 죽음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미영은 한 제약회사의 뒤를 캐고 있었고,

그 회사가 판매용 약과 보급용 약을 달리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 

 

 

'창백한 말'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시체들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인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것은 인간을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오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좀비라는 존재는 없지만 좀비처럼 무서운 짓을 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으며

이익이 된다면 어떤 불법적이고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고 하며

그 일로 피해를 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가지고 가져도 항상 굶주려 있는 듯한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려 애쓰는 사람들은 대개 소수이고

모든 조건이 불리한 약자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힘을 합쳐도 세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창백한 말'

좀비와 인간들, 면역자와 보유자로 나누어진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보는 듯하다.

디스토피아 시대의 한국을 그린 '창백한 말' 속의 세상이 너무나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그런 세상에 맞서 싸우고 싶어진다.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 이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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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서스펜스로 가득 찬 이국적이고 지적인 북유럽 극지 스릴러!

설원에서 펼쳐지는 격정적인 다큐멘터리 문학!

LE DERNIER LAPON

라플란드의 밤

'눈의 여왕' 속에 등장하는 라플란드.

동화 속에나 존재할 줄 알았던 곳 라플란드가

극지 스릴러의 장소로 돌아오다니!!!

라플란드는 한 여름에는 24시간 해가 떠 있는 백야 현상이,

한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는 신기한 곳이다.

극야 현상에다가 책 표지에서처럼 오로라까지 상상하며 매우 낭만적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것은 라플란드에 대해 1도 알지 못하는, 극히 일부만 본 것이었다.

'라플란드의 밤'을 읽어보지 못했다면 

라플란드 하면 그저 동화 속 이미지나, 오로라만 상상했겠지.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순록 치기가 있다는 것도, 순록 경찰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미족과 같은 소수 부족이 있다는 것도, 그들에게 소중한 샤먼의 북, 요이크 등...

저자인 올리비에 트뤽은 프랑스인이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을 쓴다는 것이 특이하다.

북유럽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이민 문제나 소수자 문제 등을 주로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순록 경찰'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의 이런 활동들이 이번 작품 '라플란드의 밤'을 쓸 수 있도록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례​

사미 북 상상도 & 라플란드 지도​

 

등장인물

 

 

프롤로그

1693년, 라플란드 내륙

사미족의 아슬락. 그는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그가 가진 물건을 빼앗으려는 이들로부터 목숨을 다해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목숨은 버리되 그 물건만은 지켜야 한다. 

 

제 1 주~​ 제 3 주

이제 이야기는 과거를 지나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1월 10일부터 1월 28일까지의 약 3주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1월 10일 월요일, 극야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험하고 추운 날씨, 순록치기들의 분쟁도 자주 일어나는 시기이다.

온 땅이 얼어붙어 눈만 잔뜩 쌓이는 이런 시기에 순록들도 먹이를 찾기 쉽지 않아  

다른 순록치기의 구역으로 넘어가 섞여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순록치기인 마티스의 순록이 또 다른 순록치기 요한 헨리크의 구역으로 넘어가버렸다.

순록 경찰 클레메트와 니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티스를 찾아갔다.

하지만 마티스는 이 문제를 그다지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날은 마티스의 순록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박물관에 보관 중이었던 사미족의 북이 도난당했다.

 

1월 11일 화요일

순록치기 마티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대체 마티스는 왜 살해당했을까?

사미족의 북은 대체 누가, 왜 훔쳐 갔을까?


이 두 가지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p.61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다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바위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고가 난 스노모빌과 멀지 않은 곳에서 얼어 죽은 순록치기를 발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순록치기는 북극권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해가 잘 뜨지 않고, 영하 몇 십 도의 눈보라가 세차게 휘몰아치는 날씨에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순록치기들. 통신망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을 그곳에서 만약 심하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락이 된다 하더라도 그곳까지 가는 시간도 그렇고, 그 추운 곳에 있다가는 금방 얼어버릴 것 같다.

순록치기의 사고 외에도 또 하나 놀랐던 것이 순록의 사고에 관한 것이었다.

순록이 사고를 당하면 순록 경찰들이 확인을 하고 '순록 사고 보고서'를 쓰게 된다.

 

p. 79

보고서 양식에는 순록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순록이 사고당한 부위에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할 수 있었다. ~ 보고서 작성 후에는 사고 현장에서 가져온 순록 귀를 순록경찰의 냉동고에 보관했다. 순록이 사고를 당하면 순록경찰은 순록 귀를 잘라 보관한다. 주인의 고유 표식이 새겨진 순록 귀는 발생한 사고에 대한 증거물이기도 하고, 순록치기들이 동일한 순록으로 또다시 보상 요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아마 나는 순록경찰의 냉동고는 절대로 열어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라플란드의 밤'을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사실에 근거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사미족의 역사와 아픔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소수민족이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는 아픔.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당한 불합리한 조건들.

그들의 잃어버린 땅들.

그들의 잃어버린 권리들.

그들의 사라져가는 문화.

인종차별.

그와 더불어 요즘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것들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두 사건은 이야기가 진행되며 여러 사건들과 얽혀 있었고

그리고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결국 눈물이 났다.

601페이지에 이르는 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생생한 묘사에 푹 빠져 읽었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좋은 복지, 잡지에서 보는 세련된 이미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높은 교육수준과 같은 것들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이 자리 잡기 전에

 이러한 아픔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라플란드의 밤'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아픔을 겪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단순히 재밌어라고 생각하기가 좀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의 역사와 아픔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을까.

 

 

 

* 이 서평은 달콤한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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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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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방관 멸화군의 스토리를 다룬

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판타지 역사 로맨스

멸화군 불의 연인

 

멸화군이란 조선시대의 소방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이 나면 불을 끄기도 하고, 그들에게 전해오는 능력과 부적을 사용해 화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차례

 

 

인왕산의 한 동굴.

이성계가 가별치들을 이끌고 그곳에 자리 잡은 이무기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때, 무리와 함께 온 한 남자가 이상한 술수로 이무기로부터 그들을 구해냈다.

이무기는 진짜 이무기가 아닌 누르라는 화귀였고,

그 남자는 불과 싸우는 운명을 타고난 일족인 길환이었다. ​

돌아간 이성계는 조선을 세웠고,

그 일을 계기로 조선에 화재를 막는 관부인 '멸화군'을 두기로 했다.

 

길환은 그의 일족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들의 숙명인 화귀와의 싸움을 이제 끝낼 수 있으니

자신과 함께 하자고 설득했지만 일부만을 제외하고 마을로 돌아가버렸다.

그들의 존재와 능력을 알리면 안 된다는 규율을 어기게 되어버린

길환을 비롯해 그와 함께하는 무리들은 이제부터 일족에서 추방되었다.

이제 그들은 '멸화군'이 되었다.

경회루의 완성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화기를 막기 위한 작업을 마치고 나가던 중 

우연히 기생 행렬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중에 그녀가 있었다.

어느 날 길환은 정안 대군 이방원 측으로부터 월선루로 오라는 간찰을 받았다.

월선루로 간 길환은 이방원으로부터 그와 함께 할 것을 제안받지만

자신은 임금을 위해 할 일을 할 뿐이라 하며 거절한다.

그는 궁궐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들의 숙명을 이제 끝내고 싶을 뿐이다.

거절하고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나타났다.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화기를 막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가 났다.

화재가 난 곳은 그녀가 있는 월선루.

다급하게 월선루로 간 길환은 불이 난 방에 그녀, 홍연이 갇힌 것을 알고

불속으로 뛰어들어가는데...

 

p.62

"기생 어미는 늘 기생의 삶은 불꽃같다고 했답니다. 환하게 타오를 때 누구나 경탄해 마지않지만 불꽃이 사라지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내가 기억하리다. 그 불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했는지 말이요." 

p.382

"어느 날,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외로움이 찾아왔답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다독이셨죠. 어르신은 늘 내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밖에서 고통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큰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답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이 모두 싫었습니다. 그저 가족이랑 같이 오순도순 살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어머니는 그게 바로 삶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제발 눈을 떠요. 나와 같이 우리 고향으로 가요."

 

  

 조선시대에도 소방관의 일을 하는 멸화군이 있었다니!

이제껏 알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을 새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상상력의 범위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시대극을 좋아하고, 판타지도 좋아하는데 조선판 판타지라 더 새로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맨스적 요소가 적어서 로맨스를 좀 더 기대했던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처음 멸화군이라는 군부가 생기고

그들에게 묵을 숙소도 주고, 옷도 주고, 녹봉도 주니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윗사람들이나 백성들이나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윗사람들은 그들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했고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없애려고 했으며

백성들도 불이 나면 불을 끄느라 고생한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잃은 것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았다.

조선시대에 이런 대우를 받았던 멸화군.

지금의 멸화군인 소방관들이 받는 대우들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 이 서평은 네오픽션 (자음과모음)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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