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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Halloween ㅣ K-픽션 17
정한아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한국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인 ‘케이 픽션(K-Fiction)’ 시리즈이다. 세계에 우리의 작품을 소개하는 의미있는 작업이기도 한 이 시리즈물에 담긴 참신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늘 여운을 남기며 읽었던 소설들이 많이 수록되어있다. 단편이라는 짦은 부피감에 한쪽에는 영문으로 번역을 해 놓았기에 한나절이면 읽어버리며 아쉬움이 남던 책이기도 하다. 할로윈이라는 제목을 단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짧지만 아주 심오한 주제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죽음을 생각할 때 절대적인 시간을 공유하며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과의 이별은 나를 상실감에 빠지게 만든다. 선택한 이별이던, 기쁨의 이별이던 슬픈 이별이던 이별은 언제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별이라는 커다란 상실감은 그 횟수가 늘어난다. 유년시절 부모의 이별로 할머니 손에 맡겨졌던 주인공의 유년시절의 삶. 할머니에게 의심할 바 없는 애정을 받았지만 때로는 서로에게 한발도 다가설 수 없었던 경계 그어진 삶과 주인공이었다. 관계맺기에 능숙한 타인들과의 연애를 몇차례 실패한 경험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없다는 자책과 상실감의 나락의 끝에서 "유일하게 진실"이라고 확신했던 '군'과의 춥고 굶주린채로 P시로 떠났던 사랑과 도피생활마저 영문도 모른 채 끝나버렸을 때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혈육인 점성술사이자 타로카드 마스터인 다니엘과의 만남을 통해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다시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할머니의 가게를 찾던 노인들도 세월과 함께 하나 둘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구도 인간의 죽음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절대적 진리를 깨닫게 만들어 준다. 할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의 물건을 미애와 정리를 한 후 다시 돈이 되지않는 노인들의 옷을 파는 상점을 다시 시작하려는 주인공의 결심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보려는 과정이었을까? 소설가가 왜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내부갈등 끝에 힘들고 어려운 소설창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가 얻은 결론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