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의 삶을 조명한 작가 조해진의 최신작이다. 차분한 목소리로 가장 소외된 이들과 세상의 모퉁이를 꾸준히 그려 왔던 작가는 삼포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을 담은 "여름을 지나가다"는  무더운 여름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는 우리 젊은이들의 아픔과 상실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요인물은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집까지 알아보고 신혼살림을 들이기 시작했지만  종우와의 결혼식이 취소되어버린 민. 그녀는 매물로 중개소에 등록된 집에 몰래 들어가 만화가와 같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되어보는 짧은 삶을 살기도 한다. 여행이 유일한 꿈으로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를 꿈꾸는 수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지금껏 해외여행은 커녕 비행기 한번 타보지 못했다. 수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입대를 남겨두고 남의 신분증을 위장하여 타인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날 주운 신분증을 통해 신분증의 인물로 위장해 쇼핑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있다. 쇼핑센터 놀이공원 담당자인 연주, 세 남녀의 여름 3개월간의 흔들리는 청춘들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중심인물들은 성장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왜 사는가' 사람은 성장해 가면서 특히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누구 나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볼 것이다. 소설은 일자리를 잃은 자의 좌절과 그 가족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덤덤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젊음을 상징하는 계절인 여름을 소설의 제목에 넣은 작가의 의도가 짐작이 간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처럼 민과수는 폐점될 가구점에서 자신들의 만의 안식처를 삼고 거기서 우연히 둘은 마주하게 된다.  문득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이유 없이 울적할 때, 소설은 힘이 된다. 하여 위로 받고 싶은 순간을 잊어버리려 소설을 찾기도 한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인물들을 만나면 가만, 안도의 쉼을 내쉬기도 한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이야기로 만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나  각종 사회·경제적 상황들로 인해 마음의 온도가 더 낮아지면서  심리적 아픔을 느끼는 청춘들은 사회에서 겪는 피로감과 박탈감이 높아졌을 것이다. 보헌금을 노려 아버지와 동생을 살해한 20대 젊은이가 검거되었다는 뉴스까지 들린다. 삶이 고단할 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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