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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평점 :
이 책은 '도시정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신자유주의 시기까지 공간을 통치해온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만의 독특한 행정기관인 동사무소, 우후죽순처럼 건설된 아파트,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정치지리학' 은 정치가 어떤 식으로 자원 배분을 관리하면서 사회를 바꾸어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동" 과 동장이, 한국 전쟁, 미군정, 4.19 혁명, 5.16 쿠데타를 거치는 변천사에는, 국민을 통치하고 배분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 중반 서울의 급속한 팽창으로 한강이남 지역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백사장과 나루가 있던 한강은 콘크리트 제방과 자동차도로, 교량 등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비행장이었던 여의도는 1967년 인공 섬으로 탈바꿈하고 국회의사당과 광장, 시범아파트가 들어섰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도시화에 따른 대책으로 1971년에 설정된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팽창을 막는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후 그린벨트는 도시주변의 유일한 녹지공간으로 인식되었고 그래서 후손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아직도 우세한 편이다.
한적한 시골에 불과했던 강남에는 경부고속도로와 제3한강교 건설을 계기로 대단위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1970년에 540만 명이던 강남인구는 10년 만에 840만 명으로 급증했으며, 1974년에는 강남구가 신설되었다. 그린벨트 너머로 도시화가 지속되어 현재는 수도권의 인구가 2000만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한 도시화가 그린벨트 설정과 함께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70년대에 산업화 정책을 펴면서 한편으로 인위적으로 도시화를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오히려 그 부작용이 훨씬 더 심각했다. 그린벹트가 설정된 이후에도 서울과 대도시의 인구집중은 멈추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구가 증가하니 도시환경은 급속히 악화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값은 계속 상승했다.
이 책을 통해 각 시대의 서울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독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