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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인 정재찬 교수는 입시를 위해 교과서적인 내용만을 암기하는 현대의 문학 교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함께 향유하는 ‘문화 혼융의 시 읽기’라는 교양 강좌를 개설한다.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인기 교양 강좌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융복합 교양강좌 중 ‘문화 혼융의 시 읽기’라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문학과 거리가 먼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양 강좌인 만큼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시를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신경림,윤동주, 김광섭, 김춘수, 정호승, 박노해, 황동규 ,황지우시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들의 시 46편의 친숙한 작품을 통해 시가 태어난 동시대의 영화와 소설, 음악, 그림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특별한 시 읽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름대로 시에 관한 감식안을 가지고 그늘에 가려진 시를 찾아 읽어보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
몇 년전에 보았던 이창동감독의 시란 영화 속에서 주인공 미자할머니가 시를 배우고 싶어 문화강좌에 등록하고 시를 배워가는 과정이 나온다.이때 할머니가 듣던 시 강좌 내용 중 ‘시(詩)를 쓰는 것’에 대해 강사로 등장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보는 것과 흰 종이의 여백, 그리고 연필을 깎는 것"이라고. 그렇다. 시는 자신이 보며 느낀 것을 연필로 한줄한줄 써 내려가며, 흰 종이의 여백을 채워감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황동규시인의 시를 설명하며 순간의 감정으로 파악하지 않고 이처럼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 속에서, 기다림이라는 연속성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는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다른 대상 혹은 은유 및 비유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옮겨 적는다.
길고 자세한 설명보다는 단 한 줄의 은유로써 표현하고, 강한 자극보다는 뜨겁고 깊은 여운을 주는 문학 장르가 시(詩)다. 은유는 우리의 생각 자체를 이루는 근본 형식으로써, 우리는 은유를 통해 사고하고 은유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휘둘려 시심(詩心)을 잊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시가 이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일 수 있도록 시를 읽기를 권하며 이 책을 통해 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