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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소풍
목혜원 지음 / 화양연화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첫장면은 시청역 승강장. 이곳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 22살의 은우.
그는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은우는 그년를 향한 떨림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서 그녀의 움직임만을 지켜볼 뿐이다. 그러다 소집해제를 하루 앞둔 날 은우는 그녀를 따라 지하철을 따라 탄다. 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전화로 청첩장에 대해 말하는 미란의 이야기를 듣지만 은우는 결혼을 앞둔 미란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었다. 미란은 그런 은우를 밀어내지 않는다. 결혼을 앞두고서도 인연이 끝나버린 옛 연인인 은채를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미란의 심리. 미란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결혼을 앞둔 미란에게는 사랑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듯한 남편 동준이 있지만
마음속 은채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려 노력한다. 연애, 결혼을 비롯해 현실적으로 느끼게 되는 그 또래의 여자의 흔들리는 마음등을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해 내고 있다. 약혼자가 있지만 미란이 약혼자를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것 같은 미란을 통해 '서울'을 살아가는 스물아홉 여성의 생각들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안정적인 자리 매김과 개개인에게 확실한 정체성에 혼란에 빠져버린 29살 여자 앞에 나타난 22살 남자와의 대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남겨진 사랑과 추억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어반 로망스(urbane romance)라는 새로운 쟝르의 소설 '야간 소풍'에 등장하는 덕수궁 미술관과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들 덕에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주인공들의 대회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나 할까?
또한 미란이 결혼할것임을 알면서도 미란에게 향하는 마음을 점점 더 맘에 담아 가는 은유의 마음이나 미란의 섬세한 감정을 글로 표현한 작가 목혜원. 분명 여자일거라고 단념적으로 생각하다 우연히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사진을 보다 작가가 남자임에 약간 놀랬다.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를 많이 쓰던 이력이 있어서인지 영화적인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만약 영화로 다시 나오게 된다면 어떤 캐스팅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려줄까 고민까지 하게된 인상깊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