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김기연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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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의 저자 김기연은   카피라이터이다. 하지만 캘리그라피 작업도 하고, 때로 사진을 찍어 전시를 하거나, 직접 디자인을 하는 아트 디렉터이기도 하다.

전작인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를 통해 만났던 작가이기에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존재하는 것이 모두 제각각인 듯 보이지만 결국 언젠가는 한 자리로 모여 소통한다고 믿는다는 저자와는 동시대를 살아서인지 저자의 글에서는 많은 공감을 느깔 수 있어 좋았다.이 책 또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야기이다. 

 

  "느리게 내려오니 마주치는 것이 많다. 바위 사이에 핀 꽃, 무더기로 돋아 수군덕거리는 풀들, 지난 매미가 벗어놓고 간 허물, 아직도 생의 방향을 찾지 못해 여울목에서 뱅글뱅글 도는 낙엽, 흙 밖으로 제 그리움을 내보이고 있는 뿌리, 풀숲에서 생의 가려움을 부스럭부스럭 긁는 소리, 삶이 사람 같다고 대만 남긴 채 흔들리는 마른 풀의 긴 그림자,.."(본문 45쪽)

 

저자가 여행중에 만난 많은 풍경을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연과 마주한 내면의 풍경을 보여준다. 꽤 오래전부터 떠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어딘가 삶의 한 부분을 접어 둔 채 허망한 마음 풀어지는 대로 그렇게 떠돌아도 좋겠다고 말이다. 저자는 여행을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감정을 천천히 건드리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슬며시 제시한다. 일상을 떠나고 싶은 욕망, 누군가에는 사소한 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운명이기라도 한 것인지. 어쩌다 한번 떠나도 그지 없이 좋을 사람, 떠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사람, 사람 사는 게 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일상과 비일상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이건 정말 개인의 의지로 구분할 수 없는 천명 같은 게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여행은 모순이다. 자유 속에서 생활을 꿈꾸는 아둔한 우여곡절이다. 여행의 길은 그저 멀어서 먼 길이 아니고 길을 알면서도 스스로 나아가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그 길은 절대의 빛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동서남북이 없는 눈부신 환한 빛 속에서 어둠을 조적해서 쌓아가는 제 속의 길이다.

여행산문엔 정답이라는 것도 없고 작가에 따라서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사진을 위주로 하여 글은 짤막하거나, 글을 위주로 하여 사진은 무난하거나, 둘 다 적절히 들어가 있더라도 글이 또 다르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중요시하는 작가도 있고, 떠난 곳의 풍경이나 감상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 놓는 작가도 있다. 그것 또한 전부가 아니다. 작가의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글은 각각의 개성을 달리 한다. 때로는 이게 좋고, 어쩔 땐 저게 좋고 해서 정말이지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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