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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이 책 '철학으로 읽는 옛집'은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님이 저자이다. 책은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고산 윤선도 등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의 옛집을 둘러보며 그 집에 담겨있는 심오한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여행중 고택을 둘러볼 기회가 되어 고택을 살펴보면 대부분 뒤로는 산이 있고 그 아래 양지바른 평지가 펼쳐지며 가까이 평지 너머에 개울이나 강, 호수가 있다면, 즉, 산을 뒤로하고 대지와 물을 바라볼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집들이 많았다. 요즘은 풍수를 발복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조상들은 집을 하나 짓더라도 자연에 거슬리지 않도록 풍수부터 시작해 여러가지면을 고려해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풍수라는 말이 바람과 물을 얻는 방법이고 또 그것을 지킨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풍수지리의 의미도 단지 좋은 땅을 선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좋은 땅을 자자손손 지켜나가는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옛집들을 직접 답사를 통해 살펴본 저자는 그 집과 그 집을 지었던 사람의 생각과, 무엇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할 때 집이 가진 본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시인인 저자답게 특이한 분석을 만날 수도 있었다. 저자는 이언적의 독락당(獨樂堂)에 다녀와서 진실로 설계도가 ‘시(詩)’인 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의민미는 한국의 전통 건축을 이해해야 할것 같다. 건축은 인공적인 구축물뿐만 아닌 구축물과 자연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이 집 주변의 산과 냇가의 바위들은 건축가가 거기에 이름을 붙이자 마자 그대로 정원이 되고 자연의 정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시인의 마음으로만이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책에는 조상들의 집과 얽혀있는 많은 사연들이 등장한다. 송시열은 죽은 왕의 집터를 잘못 잡는 바람에 정계에서 쫓겨난다. 괴산 화양리 금사담의 바위에 `암서재(巖棲齋)`를 짓고 은거했지만 그곳은 다시 벼슬길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암중모색'의 집이었으며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의 거처였던 다산초당에서 정약용이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맞는 현실 인식에 몰두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한다.
요즘들어 불편하게만 생각되었던 한옥이 다시금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과 더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의 욕망 때문일까 아니면 전통을 받아들여 다시금 되세기려는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뭏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한옥에 대해 속속들이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무심코 지나치던 우리 고택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작은 부분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좀 더 찬찬히 의미를 찾으며 둘러볼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