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속도 모르면서 - 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
김종광.김도언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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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이고 화려한 공간을 점령하고 새로운 시대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 자기에 대한 사랑은 단연 성(性)으로 모아지고 있다. 성은 인간 본능이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떠난 적은 없었지만, 오늘날만큼 공론화 되어 사회의 유행처럼 된 적은 없다. 성의 모습이 혼전 순결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의 모습을 지닌 낭만적인 사랑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부일처제의 윤리 때문에 낭만적인 관계가 불륜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상처받은 동성애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면서, 어느 시대보다 성의 변주와 모습이 다양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 책은 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섹스'를 테마로 한 소설집이다. 현대 사회를 규정짓는 언표들은 상당히 많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미지 시대, 소비 사회 등등. 이 모든 현대 사회에 대한 언표들은 단순히 기호의 표기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표면에 언표 행위들을 연상케 하는 힘을 갖는다. 현대를 규정하는 언표는 현란하고 감각적인 인간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소리지르며 가로지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현대 사회는 단순히 세대가 교체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 가고 구성해 나가는 인간형을 변화시킬 정도이다.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명분을 찾는 젊은 작가 8명이 어떻게 사유하고 명상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먼저 김종광의 ‘섹스낙서상 -낙서나라 탐방기 4’는 우화 소설이다.
율려국 최고의 문학상 ‘섹스낙서상’이라는 기발한 내용으로  섹스 문학의 진정성을 묻는 소설이다.
세상은 십 대와 이십 대로 구성된 듯하고, 노후한 사람들은 시대 뒤로 물러서서 자기 존재의 뿌리가 상실되어 가는 듯한 허망함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번화한 대도시는 젊음의 소비 상품 진열장으로 변하고, 온갖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의 신상품들이 제각기 젊은이를 유혹하고, 젊은이들은 자기를 발현하기 위해 온갖 것들에 유혹 당한다. 사회는 점점 감각적인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도하여, 세상은 이원적인 공간으로 분활 된다. 젊음의 공간과 후퇴한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말았다.
조헌용의 ‘꼴랑’은 노인 부부의 애틋한 삶 을 통해 ‘몸과 마음의 소통’이라는 의미에서 섹스를 조망한 정통 소설이다.
김도언의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는 유년 시절에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양성애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화가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결국 더 깊은 상처를 입고 섹스의 상대를 ‘의자’라는 사물에 전이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몰락해가는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성폭력의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이라면, 가까이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성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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