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나른한 오후 공공도서관. 은퇴자인 스고우치는 은퇴후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신문을 뒤적이며 보낸다.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리미네와의 우연한 만남과 의기투합으로  한 찻집을 아지트 삼아  자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며 좀 더 진지하게 회사 놀이를 하게 된다.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세 가지의 이념을 사훈 삼아 모조회사의 '회사 놀이'를 통해 다시 과거 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게 된  그들은 오랫만에 맛보는 인생의 활력을 느끼며 인생을 더 활력있게 보내는데 성공한다.

 

"모조 회사는 이른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오락산업입니다. 일에만 미쳐 살아왔기 때문에 아직도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고독한 정년퇴직자들. 마땅히 갈 곳도 없이 도서관이나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그들에게 있어 예전 셀러리맨 시절을 유사 체험하면서 의지처이자 오락 치유 공간이기도 합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스고우치의 과거를 회상하는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였다. 앞만보면서 달리는 경주마와 같이 회사를 위해서 살아온 스고우치가 회사놀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를 잘 설명해준 대목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아닌 회사에 있었던 가치를 찾아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라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많은 공감을 했을것 같은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나 일본의 직장 문화는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정확한 묘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40년 가까이나 회사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회사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회사 때문에 울고 웃었고, 회사를 위해 희생했고, 때로는 회사를 위해 법도 어겼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산 것이 정말로 잘한 짓인가. 모조 회사 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문득, 무의식중에 그것을 검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 123p

 

저자는 54년생이기에 이제 곧 선배세대인 단카이세대의 애환을 더 폐부 깊숙히 느꼈을 것이고 어쩌면 그들의 전철을 걸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작가분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미래 사회에 대해서, 노년층의 위기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다.

 



 
활발한 활동을 했던 젊은 시절의 삶을 추억하며 과거를 공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위로하며 상처를 매만져 준다고 할까, 정년 후의 변화된 삶과 그 변화 속에 적응을 해나가며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현대 일본을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가 기저에 깔려있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현대 일본사회의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생각한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켜 단카이세대(団塊世代) 라 일컫는다. 이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낸 세대이다. 
한마디로 단카이세대 은퇴 후 생활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이 남의 일이 아닌 내일의 우리현실이다. 오히려 더 화급한 것은 준비해온 선진국 일본이 아닌 준비가 미흡하고 더디고 거의 안된 우리 대한민국 도시빈민, 서민, 농촌 어촌, 산촌에 사는 우리네 노인들이다.  그들은 무기력하게 집 안에서 TV만 보고 있거나, 의미없이 앉아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데 있다할것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문제거리인 노인문제를 단순히 정부나 노인들에게만 떠넘기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 계속 흘러간다면 우리가 임의로 상정한 미래 시기에는 우울함의 연속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면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것 중 하나가 노인층의 빈곤이다. 지하철을 타고가는 출근길. 거의 매일 무료신문을 수거하러 다니시는 노인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짙은 생활고의 아픔이 묻어있다.  앞으로 20년은 더 살 텐데 할 일 없이 시간만 죽여서야 되겠냐는 어르신네들의 푸면도 들을 수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세대들의 구직란으로 인해 그들 노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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