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계간지『문헌과 해석』50호 발간을 기념해 기획한 것으로 그림과 고문헌 등 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를 담은 한국학 이야기 27편을 엮은것이다. 필자로는 인문학자인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 등 중견학자들을 비롯해 김동준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등 대표적인 한국학 교수를 포함해 모두 27명이다. 새들이 우리 집 마당 매화 가지에 날아들었네. /그 진한 향기를 따라 찾아왔겠지. /여기 깃들고 머물러 즐거운 가정을 꾸려다오. /꽃이 이렇게 좋으니, 그 열매도 가득하겠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은 그의 나이 51세 때 소실한테서 딸을 얻었다. 다산은 늘그막에 얻은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매화 그림(梅鳥圖)을 한 폭으로 그리고 그 밑으로 7언 절구 시 한 수를 지어 써넣었다. 다산의 감춰진 애틋한 부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딸을 시집보내고 그림과 시를 그려 준 다산은 얼마 안 있어 초당 생활 중 얻은 소실에게서 홍임이란 딸을 보았다. 묵은 가지 다 썩어서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더니만 꽃을 활짝 피웠구나/ 어데선가 날아든 채색 깃의 작은 새/ 한 마리만 남아서 하늘가를 떠돌리 비단 속치마를 잘라 만든 화폭 위에 가로로 뻗은 채 꽃송이들이 매달린 매화 가지와, 아래 가지 끝에 앉아 있는 멧새 한 마리의 모습을 담았다. 그 아래는 7언 절구의 한시가 특유의 날렵한 행서체로 쓰여 있다. 정민 한양대 교수(한문학)는 “시구의 맥락으로 미뤄 다산이 유배 생활 중 얻은 소실에게서 낳은 딸 홍임을 떠올리며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외로운 유배지에서 자기가 떠나면 혼자 남겨질 갓 태어난 딸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라 생각하니 더 애초롭고 유배의 쓸쓸함과 딸을 시집보내는 심경의 아련함까지도 느껴지는 글과 그림이다. <김남길, 귤림풍악>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년) 제주 목사 겸 제주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제주의 모습을 화공 김남길로 하여금 채색도로 그리게 한 41폭의 화첩으로 18세기 초 제주도의 관아와 성읍, 군사 등의 시설과 지형, 풍물 등을 제주목사 순력행사를 통해 자세하게 묘사한, 현존하는 제주 유일의 옛 기록화이다. 과거 중국에서 귤은 귀한 과일이었다.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귤은 독특한 문화적 네트워크를 이룰만큼 특벼ㄹ한 과일이었다. 정조는 귤을 잘 알고 지혜롭게 여러방면으로 활용했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아플 때는 귤차를 달여 올리게 했고, 정조 자신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향귤차를 마셨다. 정조는 귤 껍질로 만든 귤잔인 귤배(橘盃)를 신하들에게 가장 많이 하사한 임금이기도 했다. 또 귤배명(橘杯銘)이라는 독특한 문학작품을 지어 신하들에게 내리기도 했다. 정조는 명실공히 귤 애호가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선인들의 생각을 그림과 시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글이나 그림자료에 얽힌 다양한 볼거리와 사연을 담고 있어 옛 사람들의 삶의 멋과 향기가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시대와 분야를 넘나들며 한국학이라는 학문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질 수 있음을 예측해볼 수 있는 책이라 셍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