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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 피곤해요. 너무 쓸쓸해요.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사람의 가치는 똑같아요. 그만큼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며 살았어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니 제 인생이 아무 한 일도 없고 무력하고 여자로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 없어요.” (p.29)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게되면 7일마다 죽고 태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출생의 기회를 맞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일곱번 반복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출생의 기회를 맞게 되는데, 이 때 좋은 세계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제사를 지내준다고 하는 의식이다. 고인이 이승에서 완벽한 이별을 고하는 시간의 의미인 49일을 제목으로 사용한 이 소설은 자신이 떠나고 난후에 남겨질 남편과 의붓딸을 위해 [49일의 레시피]를 남긴 엄마의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가면 눈물이 더 많아지는것과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일까? 엄마이자 아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녀에게 큰 관심이 없던 가족들이었다. "계모가 만든 도시락을 던져 버린 것을 기억해 내며 의붓 자식 자신도 계모를 사랑하고 있었다"라고 감정이 전해지는 첫 번째 문장에서 이미 눈물이 글썽거리게 만들었다.
"좋아한다느니, 사랑이라느니, 아이 러브 유라는 말은 없어도 돼요. 제가 차린 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야쓰타 씨는 그때 제 돼지호빵을 맛있다면서 드셨어요. 그 기억만으로 평생 행복하고 평생 믿으며 함께할 수 있어요. 일손이 아니라 좋아서 아내를 맞이한 거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싫다고 생각한 상대가 만든 건 도저히 먹지 못하니까요. 제가 만든 걸 그토록 정신없이 먹은 사람은 아쓰타 씨가 처음이에요." (p.172)
소중한 사람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는 정말 단숨에 읽혀졌다. 꼭 혈연관계에 있지 않았지만 뒤늦게 만난 새 가족을 위해 평생 자신의 자식을 낳지 않고 조용히 인생을 살다 간 계모의 죽음 후에 그녀가 남긴 레시피로 음식을 마련하게 된다. 그렇게 음식을 만들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느끼게 하는 엄마의 뜻이 분명하게 담겨져 있었으며 상심의 가족의 앞에 갑자기 슬픔과 고통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있는 아버지와 딸 그 두 사람의 등을 밀어 준 죽은 어머니가 남긴 레시피였던 것이다.
남은 가족들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온 소설이었다. 혈연이라는 고정관념속에서만 생각하게되는 가족애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눈물이 넘치는 감동적인 내용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일본에서는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니 꼭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를 통헤서도 다시한번 감동을 받고 싶어진다.
저, 생각났어요. 아버지, 레시피에는 처방전이라는 의미도 있었어요." "처방전? 찜질을 하시오. 라든가, 한 봉지를 먹으시오, 하는 거 말이냐?" "네. 처방전, 49일의 레시피. 옴마가 우리가 다시 일어나게끔 남겨준 49일의 생활 레시피예요."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