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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백설공주 스무 살이나 연상인 남편의 소시지공장에서 일을 도우며 틈틈이 글을 써오던 평범한 삶을 살던 40대의 가정주부였던 '넬레 노이하우스'를 일약 베스트셀러작가의 대열에 서게한 작품이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께를 가진 독일 추리소설이라 조금은 묵직하고 딱딱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린 이 소설은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타우누스의 알텐하인이라는 독일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소녀들이 의문의 실종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여자친구를 죽이고 은닉한 혐의까지 받으며 10년형을 선고받은 주인공 토비아스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된다. 이윽고 자신의 형기를 다 채우고 나오지만 그들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들은 냉혹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죽은 여자친구와 닮은 소녀 아멜리뿐이었다. 아멜리 역시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에게 이끌리면서 자신의 힘으로 외롭게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피아, 보덴슈타인 형사 콤비 역시 괴한의 공격으로 중태에 빠진 여인이 토비아스의 어머니임을 알고 11년 전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철저하게 사건을 풀어가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형사 캐릭터를 가진 베테랑 수사반장과 당찬 여형사가 11년 전에 벌어졌던 유사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씩 겉껍질이 벋겨진다는 느낌이다.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그리고 모르고 있던 사실을 10년이나 훌쩍 지난후에 알게된다면? 어떤것보다도 배신감을 느낄수밖에 없을것이다. 10년을 함구해왔던 사실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치 작가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출 수 없는 추악함을 파헤쳐내는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미스터리 소설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은 지난해 독일 아마존에서 32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화제작이다. 이 소설이 이토록 유명해지게된 이면에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은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비록 기막힌 반전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어둡고 음울한 소재인 죽음을 다루면서도 전체적인 플롯을 통해 인간의 내면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본성을 탐구해내는 작가적 역량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토비아스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삶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지난 10년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면회를 왔을 때도 부모님은 마치 모든 일이 다 잘되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그 속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분노가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그리고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며칠만 부모님 곁에 있다가 알텐하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던 그의 계획은 소리 없이 무너졌다. 그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집, 이 레스토랑, 이 마을, 아무 죄도 없는 부모님을 그토록 괴롭힌 이 빌어먹을 마을에 남을 것이다. (본문 p.1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