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일주일 동안 한마디도 섞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갔다. 모르는 사람처럼, 없는 사람처럼 따로 밥을 먹고 따로 설거지를 하고 따로 빨래를 했다. 나는 이상하게도(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편했다."(98쪽)

이 소설  '우리 제발 헤어질래?는  '마이 짝퉁 라이프'로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고예나씨가 낸 두 번째 장편이다 . 주인공은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네 살 터울의 자매다.  그러나 둘은 사이가 결코 좋은편이 아니다. 둘은 너무도 다른 취향과 성격, 인생관 때문에 사사건건 충돌하며 살고있다. 언니 권혜미는 갓 등단한 신예 소설가로  스물아홉이 되도록 남자친구 한 번 사귄 적이 없는 여자다운 맛이 없는 여자다. 복싱이 취미고 예쁘지도 않고 꾸밀 줄도 모른다. 반면  동생 '권지연'은 외국인 '남친'까지 있는 잘놀며 자칭 '공대 꽃미녀'로, 성형에도 거부감이 없고 아름다움을 최고로 여긴다. 얼굴이 하얀 데다가 매일 화장을 '떡칠'한다고 해서 '밀가루' 혹은 '신부화장'이라고 불린다.   언니는 등단한 소설가로 삶의 본질적 문제들을 고민하지만 동생은 자신을 예쁘게 치장하는데 더 열심이어서 명품 사재기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다.  지연이 유학을 다녀오고부터 한집에서 살게 된 자매는 단 하루도 조용히 지내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부딪치며 다툰다.

 

“이게 왜 그렇게 비싸? 그냥 똑같은 가방으로 보이는데.”
“촌티 나는 말 좀 하지 마. 넌 명품을 몰라.”
언니는 이 가방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내심 궁금해졌다. 과연 집에 갔더니 언니는 샤넬 가방을 보며 침을 한 바가지 튀겼다. 가방은 자고로 가볍고 튼튼하고 물건 담기만 좋으면 되지 몇백이나 하는 가방을 왜 샀냐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을 200만 원이나 주고 사고 싶으냐고 언니는 혀를 찼다. 나는 한마디 한 후 내 방으로 도망쳤다.
“이 샤넬 가방 가볍고 튼튼하고 물건 담기 좋아.” --- 〈값비싸고 튼튼한 빽〉 중에서

 

전작 <마이 짝퉁 라이프>에서 20대 여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자매를 통해 이 시대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소설에 형제보다 자매를 등장시키는 것이 인간의 다양하고 미묘한 심리를 보여주기에 제격이라고 이야기하며 작가가 서울에서 동생과 함께 자취했던 경험을 소설에 녹였다고 밝힌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자취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누구와 한집에서 한숱밥을 먹으며  산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는걸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둘이 서로 닮었다는 면을 뒤늦게 깨닿는 장면에서는 지지고 볶고 살지만 자매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자매애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살아가는 방식이 분명 다를수는 있다. 서로간에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주며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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