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 '비즈니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박범신님의 장편으로 과외비를 벌기 위해서 매춘을 하는 젊은 엄마와 새로운 도시에서 밀려나서 소외받은 도적으로 변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몰락해가는 구시가지로 이사온 서른아홉 살 주부 '나'는 대학시절부터 유부남이나 잘 나가는 사업가를 '스폰서'로 뒀던 친구 주리의 영향으로 중학교 3학년생인 아들 정우의 학원비와 과외비를 벌기 위해 매춘에 빠져든다. 그녀는 적은 월급을 내미는 남편 대신 아들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투자하는 더 큰 '비즈니스'를 꾸려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를 만나면서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그'가 시장을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의 정부인 나의 정체와 매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정우를 원하여 마지않던 좋은 학원에 보냈으며, 투자한 보람이 있어 성적은 금방 올랐다. 뿌듯하고 행복했다. 이대로 가면 외국어고등학교를 쉽게 보낼 터이고, 외국어고등학교만 가면 서울대학교도 쉽게 입학할 수 있을 터였다. 대학이 평생의 운명을 결정짓는 세상이었다. 작은 수고로 정우의 ‘성공’을 보장받는다면 윤리적으로도 꼭 나쁠 게 없지 않은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오늘날의 윤리란 효용성의 보장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이 도시에 몸을 팔아 자식의 과외비를 대는 게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젊은 어머니도 ‘매춘’에 뛰어든 걸 보았다는 ‘고객’이 있었다.(p.65)

 

서울에서 이른 바 ‘강남(江南)’과 ‘강북(江北)’의 경제 문화적 편차는 이미 정상 수준을 벗어나 있다.  신문이나 TV에서 강남과 강북의 차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집값이 차이가 난다. 물가가 차이가 난다,  교육환경이 틀리다는 등 참 강남과 강북에는 엄연히 많은 차이가 존재함에는 틀림없다고 느껴진다. 경제 · 문화적 편차가 정상 수준을 벗어난 서울의 강남과 강북만이 아니라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양지와 음지처럼 선연히 분리 · 계급화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려온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무엇이었던가. 어떤 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잘살게 됐으면서 예전보다 오히려 훨씬 더 가난해졌다고 느낀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다. 보편적인 현상이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양지와 음지처럼 선연히 분리, 계급화된다. 사람들은 그래서 오늘도 ‘신시가지’만을 향해 기능적으로 뚫린 대로를 불철주야 달려간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고 꿈이며 이상이다.  신시가지에 사느냐와 구시가지에 사느냐에 따라 신분의 위상이 달라보이는 이 시대에 자식을 빛나는 자리에, 인생을 좋은 모양새로 꾸려갈 꽃방석에 앉히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에게는 없으랴. 허리 휘어가며 파출부로 자식의 과외비를 버는 엄마들, 기러기 아빠가 되어 외로움을 삭이지 못해 우울증을 앓는 아버지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