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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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모두 괴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 마술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고서 타인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해,

누가 우리를 이 마술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시나리오 작가이자 해커인 준성은 우연한 기회로 진이를 만난다. 준성은 스스로 욕망을 조롱하면서, 조용히,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능하면 재미있게  살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직장도 그만둘 정도였고  그 때문에 첫사랑과 헤어지기까지 했다.  세상에 대한 준성의 경멸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카피레프트라는 운동에 호감을 가진부분도 어쩌면 이 만족스럽지 못한 세상에 대한 저항같이 느껴진다. 여주인공 진이는 카드빚에 허덕일 정도로 물욕앞에 무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못할것이 없을 정도로  성공에 대한 환상과 욕망으로 온몸을 내던지는 모델이다.  둘은 이전까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었고 이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서 겪게되는 고통과 혼란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인 ‘나의 생명’과 ‘나의 존엄성’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세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소유욕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종의 본성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데, 이러한 소유욕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소유욕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유욕에 의해 비롯된 모든 일들을 인간의 탐욕과 결부시켜 비난만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돈을 빌려 사채를 갚아주고, 몸만을 탐하는 사이비 감독을 따라 홍콩에 간 진이를 포기하지 않고 데리러 가고, 다시 마약류 복용 혐의로 감옥에 갇힌 그네에게 간절한 편지들을 보내면서도 매정한 반응에 실망하지 않는 남자로 우리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진 연민이랄까? 근본적인 사상과 문화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소비문화의 화려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그 주변에서 늘 얼쩡거리는 천민자본주의가 만든 '괴물' 과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술에 걸린 괴물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본다. 성격과 가치관이 천양지차인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이해와 소통에 이르게되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하며, 이것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소유욕이라는 괴물을 가진 인간은 동물과 어느정도 차별되어진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유욕을 가지고 있고, 그 소유욕을 충족하려고 노력하며 생활을 하고 있다.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일종의 소유욕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나  안전할 권리나 안락할 권리 등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편안함을 소유하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전부 만족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공감이 가는 구석이 많았다. 서로 다른 생각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 사랑이라는 카다란 감정앞에서 어떻게 소통되어 가는지를 잘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마음속에 기거하는 괴물과 싸우며 살아가야하는 인간들의 숙명을 느끼게 해준 좋은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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