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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법치, 그 길을 묻다
김기섭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11월
평점 :
이 책 <한국의 법치, 그 길을 묻다>는 한국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의 이야기이다. 10년간 국세심판원 심판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자신이 법조계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에세이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법 현실을 짚은, 조세전문 변호사의 역작.
법조문에 갇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한국의 법 현실과 전관예우, 검사 스폰서 사건, 간통죄나 사형제도논란 등 사법개혁의 본질까지도 폭넓게 다룬 에세이다. 저자는 로스쿨 제도와 법률시장 개방의 허실, 미래의 법조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 한·미 간의 법 현실 차이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법학도들에게 명분과 사변을 가르치기보다는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진과 시장경제를 포함하는 현실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법률시장의 적극적인 개방으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조세와 관련한 주요 쟁점사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국세청과 언론사의 조세전쟁, 재벌에 부과된 증여세 심판에 얽힌 비화 등은 새롭게 알게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자의 글에는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거룩함’과 불가침의 ‘성역’이 된 집단속에서 보내온 그간의 세월에 대한 뜨거운 자기반성도 담겨있었다.
법조계에 계시는분으로서 우리나라 법조계의 병폐중에서 전관예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변호사들이 판검사 사무실에 들러 회식비 등으로 쓰라고 돈을 놓고 가던 ‘실비’ 관행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법조계가 돈 문제에 관한 한 과거보다 깨끗해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도, 골프도, 술자리도 모두 ‘거절할 수 없는 관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는 법조계가 명문대 등 특정 대학 출신들로 이뤄진 독과점적 엘리트 집단이라는 데서 연유한다고 본다. 이들은 똑같은 법조 양성기관에서 교육받고 상당수는 군생활까지 함께함으로써 중층의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모든 법조계의 비리는 이런 부분들이 기인한것은 아닐까 ?
얼마전에 스폰서 검사 스캔들이 터졌다. 내용인즉, 지난 20여년간 부산·경남 일대 검사 수십명에게 향응과 접대 등 일명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는 한 건설업자가 관련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리스트는 실명 거론자만해도 57명, 이름 없이 소속 검찰청과 직책이 표시된 검사들까지 합하면 조사 대상자가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에 대한 향응·성접대 의혹까지 제기되어 있다. 그는 검사들에게 금품과 각종 향응을 제공하고 2차 접대까지 했다고 한다. 검사로써, 공직자로써 지켜야 할 법과 윤리를 저버린 내용들이어서 더 기가막힌 심정이다.
그리고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뉴스에서 사라질 즈음에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새로 개봉됐다. '부당거래'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검사와 경찰이 비리와 스폰서로 얼룩진 사회를 그린 영화로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을 잘 반영한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이 영화의 내용이 오버랩되는건 아마도 책과 영화가 우리가 호흡하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을 다루고 있어 집단으로 ‘장막 안에 가려진 가부장적 시스템’속을 들여다보는 일반 시민들의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의 이유를 밝혀주고 있는 부분일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