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상권님은 생태작가란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자연의 생태처럼 나 자신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작가의 생활철학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작가로 입문하기전 3년에 걸쳐 야생화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인간과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사실을 충실하게 묘사하면서 적절하게 상상력을 보태는 작업이 그가 추구하는 작업방향이었다. 이 작품집은 모두 5편의 성장소설을 통해 여러 소년소녀들이 치러내는 각기 다른 형태의 성인식과 그에 따른 성장통을 겪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표제작인 성인식을 포함 모두 다섯편의 단편을 수록되어 있다. 다섯 편의 소설에는 학창시절의 왕따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가족과의 갈등이나 특히 엄마와의 이런 저런 갈등을 담고 있고, 또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가장 자극적이면서도 비오는날 길위에 나온 지렁이에 소금을 뿌리고 구경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읽은 소설이 표제작인 성인식이었다. 이야기인즉 과학고를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범생 시우는 그야말로 시우의 가족뿐만아니라 마을전체의 자랑이자 희망이다. 이런 시우의 맹장염 수술후에 축난몸을 어머니는 가족과 같은 개 칠손이를 잡아 몸보신을 시키려한다. 어머니와 도저히 맞서지 못하는 상황을 괴로워하던 시우는 에서 급기야는 개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집에서 기르는 짐승은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것이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안 잘 뿐이지 한식구나 다름없이 키우지만,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야." - 어머니의 말이다. "개를 죽인다고 아파하지 말고, 내 몸속으로 작은 목숨 하나 들인다고 생각해라. 엄마 속상하게 하지 말고, 저 개 잡아서 네 목숨으로 만들고 가라. 그것이 사는 것이다"-친적형님인 상수형님의 말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시골 사람들의 집에서 키우는 짐승을 대하는 마음이 다 틀렸다는것은 아니지만 잔인할 정도로 소설은 치딛는다. 나는 개를 죽이는 장면에서 책을 덮고 3일동안이나 다시 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문학적인 감성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환경탓이랄까 전혀 용납되지 않는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충분히 나와 같은 갱각을 했을 시우가 애초롭다. 어떤 거대한 힘 앞에서 움적거릴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것을 십분 이해가 가능하지만 작가는 이런 이야기설정을 통해 소년에서 성인으로의 성장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 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성장괴정인것만은 틀림없다.성장과 상처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시우는 살면서 계속 칠손이에 대한 기억이 상처처럼 따라다닐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여자와 결혼한 후 아내의 가출로 허탈해하는 증설이 형님의 모습이나 칠손이의 죽음과 대비되는 진만과 새봄이의 어린나이의 임신이라는 사건은 순수한 맘만으로는 어렵고 복잡한 현실세계를 헤쳐나가기에는 버겁다는 훈적인 이야기 등도 등장하는 등 작가가 생활하는 농촌에서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생생한 풍경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것이 이 상권 작가의 힘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