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제목은 '동화처럼'이지만, 소설 내용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의 상투적인  결말에 이르는과정이 상당히 다르다. 

소설은 대학시절 같은 동아리에 가입한 대학 신입생 김명제와 백장미는 처음에는 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사회인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난 둘은 서로 호감을 갖게되고 결혼을 하지만  실제 생활에 맞닥트린 두 사람에게는 많은 일상에서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 시선이 계속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냉랭하고 엄격한 엄마 밑에서 자란 여주인공 장미는 툭 하면 눈물을 보이는 `눈물의 여왕`. 반면 무뚝뚝하고 완고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명제는 `침묵의 왕`인 듯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툴다. 둘은  서로 다른 대화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를 주고받으며 어긋난다.

신혼여행지에서 다툼을 벌인 뒤 가방을 챙겨 호텔을 나온 여자는 남자가 뒤쫓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늦춘다. 그러나 남자는 방에서 혼자 숫자를 세며 여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서로 너무 다른 두 남녀가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은 얼핏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보는 듯 하다.

생활은 동화와는 다르게  명제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장미의 눈치를 보며 축구 경기를 봐야 하고, 장미는 양말을 돌돌 말아 벗어던지는 명제의 버릇을 참아야 한다. 그것이 사소하지만  생활이며 마음속에 생겨나는 갈등이다.

소설은 이런 착각과 달콤한 상상을 깨는 동시에 남자가 여자의 눈물을 이해하게 되고, 여자가 남자의 침묵을 알아듣게 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전개한다.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감정으로 만나 상대방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지내다가도 어느새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 게 남자와 여자다.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라 언어와 사고방식이 달라서 싸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남자와 여자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중요시하는 것도 다르며, 말과 행동이 의미하는 바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연애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남자와 여자에 관한 두 편의 성장 이야기가 돼 있더라"는 작가의 말처럼  ‘동화처럼 아름다운 현실’과 ‘현실처럼 냉혹한 동화’ 사이를 오가는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로 분류할 수 있겠다.

80년대 후반에 대학생활을 한 독자들이라면 단시의 시대상황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함께 그 시대를가즉 채우고 있는 자신의 연애 경험과도 비슷한느낌을 받을 만큼 당시를 잘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 수 있는지, 싸웠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과 같이 인간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더불어 남녀의 미묘한 감정 처리방식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힐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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