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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이사야 벌린'은 러시아에서 망명하여 영국에서 주로 활동한 현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그는 일찍부터 사상사 이외에 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의 여러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해왔다. 이 책 <고슴도치와 여우>는 그의 이런 문하적 관심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저자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 라는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을 빌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는 인간을 여우형과 고슴도치형, 두 유형으로 나누었다.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에 관련시키는 사람은 고슴도치형이고, 서로 모순되더라도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여우형에 속한다.
저자는 하나는 고슴도치형 인간이고 또다른 하나는 여우형 인간이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모든 것을 일원적 논리로 환원시키려는 사상가를 가리키고, 반대로 여우형 인간은 현실의 혼란이나 모순조차 기꺼이 받아들이는 현실주의적 사상가들을 말한다.
여우는 고슴도치를 잡기 위해 호시탐탐 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고슴도치가 나오는 순간 재빠르게 덮친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시를 세운다. 여우의 100가지 꾀는 자신의 지혜로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는 듯 여유롭다. 단편적으로 보면, 고슴도치의 우승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고슴도치형 인간이 되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숨은 의미에 비취는 톨스토이라는 한 인간을 두고 출생배경, 살아온 인생여정, 집필한 작품들을 통해 과연 톨스토이는 고슴도치형 인간이었는지 아님 여우형 인간이었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톨스토이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할때 톨스토이를 고슴도치형 인간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책에선 톨스토이가 여우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고슴도치형 인간이 되려했기 때문에 늘 고뇌에 찬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작품인 ‘전쟁과 평화’라는 책 또한 그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새삼 놀라게 되었다. 세계의 대표적인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글은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담고 표현하는 매개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저자는 표면적으로 인물의 성품을 바라 보는 것 이상으로 깊이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톨스토이의 행적과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해 간다.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책은 그리 쉽게 읽혀지는 편이 아니었다.
저자나 톨스토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역사관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기에는 많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단순히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기에는 역사 속에 있었던 또는 지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역사의 산증인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사람이 인지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사건 즉, 수많은 원인들의 결과로 역사학자들이 연대별로 나열해 놓은 단순한 사건의 연속이 역사라 절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톨스토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역사나 철학에 관해서 관심이 많이 있고 톨스토이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고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