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몇안되는 일본어중에 어감이 좋은 말중에 하나가 '사요나라'와 '오겡끼데스까'라는말이다. 사요나라라는 말은 일본사람들이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로 항상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인사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또 언젠가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나도 온천지가 눈으로만 덮여 있는 설원에서 단정한 까만색 커트 머리와 갸냘픈 몸으로 그립고 그리운 마음을 눈덩이 굴리듯 굴려 굴려 목울대로 힘껏 밀어 올려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주인공이 아주 인상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다케우치 세이치(竹內整一) 도쿄대 교수는 사요나라의 어원에서 부터출발하고 있다. 사요나라’의 유래와 변천사를 통해 저자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살펴보고 있다. 1장의 '다이헤키'의 인용문에 나왔던 '사라바'는 자살을 포함한 사별의 인사로 쓰였다고 한다. 사요나라는 '사라바'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그러면, 그렇다면, 그럼'을 뜻하는 접속사였으며 앞의 사항을 받아, 다음에 일어날 행동, 판단을 하기 전 사용하는 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이 사요나라'라는 말에는 영원한 이별인 죽음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태도도 반영돼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먼 옛날인 10세기부터 헤어질 때마다 이말을 사용하고있었는데 삶과 죽음은 단절된 것이 아니며 삶이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일본인의 사생관이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어주는 접속사였다가 이별의 인사말이 된 사요나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간단한인사말을 통해 죽음과 이별이라는 이별의 방식, 사생관 차원의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일반인의 일반적인 이별 방식에 관해 살펴보고 있다 . 오늘날 일본에서 ‘사요나라’를 듣기는 힘들다. 기껏해야 남녀가 이별할 때 ‘이제 그만 사요나라’라고 말하거나, 장례식장에서 망자를 보낼 때 쓰는 정도다. 다케우치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헤어질 때 일상적으로 썼던 사요나라가 오늘날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이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책에는 일본의 역사적인 문인들의 문장속에서이 '사요나라'라는 단어가 사용된 예문들을 발굴 하고 그 안에 녹아 있는 말의 정신에 대한 탐구를 곁들였다. '일본어를전공하지 않아 조금은 받아들이는데 어려운 면도 있는 책이었지만 '사요나라'라는 간단한 인사말속에도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다니 일본어라는 언어의 함축성이 새롭게 다가오며 언어속에 녹아 있는 정서와문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한 좋은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