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은 성취 한 것'이라는 말을 남긴 티베트의 위대한 성자로 알려진 밀라레빠(1052~1135)는 12세기 위대한 시인이자, 뛰어난 수행승이었다. 다른 성자들이 여러 생에 걸쳐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반면, 그는 단 한생을 통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법상스님은 '밀라레빠'의 말에 홀린 것처럼 네팔과 히말라야로 구도자의 수행의 길과 다름없는 여행을 떠났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고 그것이 이국적인 정취의 해외여행이라면 마다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시간적인 문제, 금전적인 문제로 여행을 포기하거나 보류하게 된다. 나 또한 매일매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일상에 갖힌 사람중 하나이다. 스님이 직접 촬영한 수준급의 사진과 함께 읽어보는 글들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상상속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나에게 여행기는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읽는 내내 누군가의 삶을 엿보고 누군가의 그런 삶을 동경한다는 것 역시 설레는 일이다. 무언가에 매력을 느끼고 그사람 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은 실천만 뒤따른다면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스님이 2주에 걸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과정이 담겨있다. 특히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지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일정별로 함께 여행을 다닌 느낌이 든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어떤 책에는 지도가 들어 있지 않은 책도 간간히 만나게 되는데 이런때에는 다른 한손에 지도를 들고 열심히 여정을 따라가야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서 이런 작은 친절을 베풀어주신 스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사랑은 애잔하다" 사랑과 소유를 동격으로 여기는갓에 대해 이 세상 그 어떤 대상이 영원히 '내 것'일 수 없다는 말씀과 집착과 소유를 동반한 사랑은 그 끝이 언제나 고통과 슬픔일 수 밖에 없는 태생적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씀하신다.(p.29) 루쿨라에서 만난 한국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그를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애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마음으로 다가온다. 스님은 '사랑하되 집착하지 말라'라고 사랑의 방식도 불교의 설버을 빌어 이야기 한 대목이다. 사랑은 '내 갓'으로 만들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아집(我執)을 놓아버린 순수한 이타적인 마음,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벌써 떠났는데도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와닿을 만한 '차원 높은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옛날부터 있던곳들이 그대로인곳에 가면 모든 것이 그대로임에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히말라야도 이제는 개발과 발전으로 조금씩 원형의 모습들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염려해야 한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법상 스님께 묻는 트레킹 Q&A는 앞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한 트레킹여행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할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바쁜 생활인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티베트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와 같이 사바에서의 삶에서부터 수행과 전수, 입멸에 이르기까지 성자의 마음을 읽는듯한 자연과 여행을 주제로 쓴 진지한 깨침의 글을 통해 또하나의 깨닮음의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또다시 습관처럼 어떠한 삶이 바람직한 삶일까?라는 풀리지 않는 근원적인 의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된다. 아무도 대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스님이 느낀 깨달음을 그곳만의 숙연함, 청한함, 무구함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여름 더위와 싸우며 시원한 히말라야로 떠나는 마음의 여행길에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