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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 - 우리 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
장영희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특이한 책을 만났다. 번역가이자 서강대 영문과 교수인 고 장영란님, 고전평론가인 고미숙님. 소설가 복거일님, 시인 김정란님, 김승희님 등 모두 25분의 작가들이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인물들과의가상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기이한 괴벽과 기행을 선보인 걸물 소설가들의 상상력이 마음껏 드러날 수 있는‘가상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그 대상도 세계 문학의 전설인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모비딕'의 에이헤브 선장, 시인 아르튀루 랭보, 우리나라의 미당 서정주, 백석, 김종삼시인 등 다양하다. 때로는 편지 형식이 차용되기도 하고, 인터뷰의 대상도 소설 속 인물에서 영화감독까지,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25편의 인터뷰 글 속에는, 자신이 만나고 싶어한 작가나 작품들을 통해 예술의 자세, 삶의 자세’장은, 작가들이 자신의 예술 행위를 어떻게 해석하고 생각했는가에 대해서 몇몇 책들은 전에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대담형식으로 다시 만나보니 그 작품내용이 새롭게 해석되기도 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고장영희교수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의 주인공 에이헤브가 나눈 가상 대화 속에는 <모비딕>의 주제이기도 한 운명과 환경에 대항하는 인간의 의지와 열정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사방에 거울만 달린 미로처럼 잔혹한 혼돈이요 감옥이고, 그 감옥의 벽을 허무는 것이 내 삶과 사랑, 열정을 바친 꿈이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를 창조한 멜빌의 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에이헤브와 인터뷰 중에서)
어느 직장인의 독서와 관련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니 71%라는 많은 직장인들이 독서의 목적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위해서'라고 답한것을 보았다. 재테크관련서적은 팔려도 문학이론에 관한 책들은 잘 안팔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일수록 문학적인 감성과 그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사상의 밑거름이 더욱 필요한 시기일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라는 고전을 통해 우리가 배울점들도 많은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는 ‘고전’이라는 범주로 어려워만 보였던 작품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돋보인다. 모비딕을 읽고 "제가 삶에 주눅들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 제 마음속에 있는 당신은 제게 큰 힘입니다. 당신을 알게 된 것은 제 인생의 큰 행운이었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문학작품에서도 삶의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며 방향제시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골칫거리의 시작이었고, 그래서 나는 늘 절망의 꼭대기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삶과 세상의 부조리, 소외, 권태, 역사의 포악성, 질병으로서의 이성 따위에 넌더리가 났어요. 그러나 한편으로, 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거기 공감하기를 바랐다는 것도 내 욕망의 또렷한 일부분이었습니다.( 고종석님의 에밀 시오랑과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