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과 젊은 그들 - 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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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장동건이 나온 영화 ‘아나키스트‘를 통해 ’아나키스트‘란 말을 처음 듣게 되었었다. '아나키즘'이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없다’라는 말과 ‘지배자’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이  단어는 동양에서는 '무정부주의'로 번역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나키즘은 공산주의 사촌쯤으로 인식되어 왔다. 일본인이 편의로 번역해놓은 용어가 마치 정부 조직이 없는 혼란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오해를 낳았으며 동양에서 아나키즘 운동을 전개하는데 많은 장애가 되기도 하였다.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로마 귀족들이 보여주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역대 서구사회의 지도층을 관통하는 핵심적 윤리로 자리잡아 왔다. 서양의 이 자랑스런 전통을 일제강점기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노블리스오불리주의 상징 우당 이회영선생의 일대기이다. 처음엔 국사 시간에 여러 번 배웠던 과거 일제시대 일어났던 사건 이야기들이 나와서 소설책처럼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일제의 침략을 온몸으로 막아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 조선은 일본에 병합된다. 당시 일제는 고위지도층을 회유하기 위해 거액의 은사금과 귀족작의를 제시하지만 나라의 주권이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가자 이회영과 형제들은 모든 가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망명을 결심한다.  우당선생이 망명을 결심할 당시 조선총독부가 제시한 은사금을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 이었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양반들은 자신들의 기득권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제에 협력했었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21세기에 아나키즘이 전 세계적 현상으로 확대된 것은 좌우 이데올로기에 가려졌던 인간 사회의 본질적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음을 보여 준다. 근대의 거대한 실험이었던 사회주의는 이미 현실 속에서 그 대안이 되지 못함이 밝혀졌고 근대의 당당한 승리자로 보이는 자본주의 역시 인간 사회의 본질적 문제의 대안이 되지 못하였다. 돈과 권력에 휩싸여 세상을 군림하려는 여느 지배층과는 달리 노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볼 수 있듯이 그가 추구하고자 한 아나키즘은 누구도 억압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는 진정한 인간사회였던 것이다.  이회영의 사상이 매력적인 또 한가지 이유는 그의 목적지향적인 행보였다고 볼 수 있다. 독립이라는 커다란 당연과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것 이상으로 컸던 운동 진영의 노선 갈등은 독립역량의 일원화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이회영의 삶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민족 독립을 향한 독립운동가들의 강연한 의지와 그 모진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오직 국가를 위해 피를 바치며 투쟁하였던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는 이념을 떠나 신선하게 다가 왔다.  이 책은  아나키즘이 무엇인지, 일제에게 억압받던 현실에서 아나키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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