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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 -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로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이다. 그는 과학자들이 미래의 지구 온난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한 수백 가지 모델이 한두 번 보도되거나 학술전문지에만 실릴 뿐, 이내 잊혀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라 실제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냉철하게 다룬 이 책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시나리오로서 일종의 경고성 이야기인 바, 결코 SF 추측 같은 이야기가 아닌 앞으로 지구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가설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은 지구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지구 연평균 기온이 1℃씩 높아질 때마다 닥쳐올 변화를 알기 쉽게 정리한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로 6도의 심각성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선택할 미래에 대해서 대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영어 원서 : Six degrees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 상승하였다. 그런데 최근 5년(2000~2005) 동안 무려 0.14℃나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추세라면 2100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8℃에서 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지구의 온도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가 크게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온난화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상승시켜 지구촌을 바닷물에 잠기게 한다. 이미 지구 온난화의 결과가 전 세계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불길한 징조들이 지구 곳곳에서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의 기온상승이 1도부터 6도까지 상승한다면 지구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1도 상승 : 생태계의 교란으로 멸종위기에 빠지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미국의 대평원을 비롯한 기존의 곡창지대들이 파멸하고, 식료품 값의 국제적 상승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기 시작한다.
2도 상승 :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는 바닷물을 산성으로 변화시키며, 이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1차 생산자의 생존이 불가능해지고 해양화학적 환경도 변화하면서 수많은 어패류도 전멸한다. 중국 북부와 남부에 각각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친다.
3도 상승 : 아마존에도 사막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건조해진 아마존 우림지대에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 숲 전체가 전멸한다.
4도 상승 :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리고 그린란드 남부의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쳐난다.
5도 상승 :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에 면한 도시들은 모두 가라앉았고, 이제는 대륙 깊숙한 곳마저 침수되고 있다.
6도 상승 : 메탄가스와 물이 합성되면서 만들어진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대량 분출로 폭발현상이 일어나고 오존층은 완전히 파괴, 지표면에 방사되는 자외선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 지구의 전 생물체를 포함해 인류는 멸종단계에 이르게 된다.
지구란 본래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자정능력은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금 지구상의 환경오염은 자정능력의 범위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교란에 있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고 또 준비해야 할 때가 도래하였고, 지구의 미래는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환경오염이 지구의 자정능력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을 자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이 책을 비전문가들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기온이 2도나 4도나 6도 올라갔음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았다. 밤과 낮 사이에 수은주가 15도씩이나 오르내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변화는 아주 작게 느껴진다. (…)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6도 올라간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23쪽)
이렇듯 산악빙하가 녹는 것은 서서히 악화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들에서 빙하가 거의 다 사라지면, 인도 대륙의 수억 거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는 큰 강으로 흘러들 물이 끊길 것이다. 그로 인한 물 부족과 기근은 이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한 재난의 중심점은 인도나 네팔이나 방글라데시가 아니라 핵무장을 한 파키스탄이 될 것이다. (116쪽)
가수 밥 딜런은 1963년 흑인 인권운동가 메드거 에버스를 쏴 죽인 남부 백인이 "그들 게임의 일개 졸(卒)일 뿐"이라고 노래했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각자가 지구온난화라는 게임의 졸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무력하지 않다. 완전히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졸들을 움직이는 집단적인 손은 바로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3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