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의미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이미지로 글을 쓴다.  한  사진술사와 한 이야기꾼이 사진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그동안 역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팩션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작가 김탁환과  '인터뷰'라는 영화의 포스터사진을 시작으로 상업사진계에서 발굴의 실력을 인정받아 이미 국내 영화와 광고 포스터의 90퍼센트 이상을 작업해 온 스타급 커머셜작가로 우뚝서있는 강영호 사진작가이다. 스토리 디자이너인 김탁환과 이미지 텔러인 강영호사진작가의 공동작업은 먼저 사진에서 시작됐다.

어느날 책표지에 필요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간 강작가의 스튜디오인 '상상사진관'에서 강씨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그 사진들은  어둡고 기괴하면서도 복합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이었다. 그후 그 둘은 의기를 투합해 공동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표지를 보면 김탁환강영호 장편 연작소설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글은 김탁환작가가 쓰고 사진은 강영호작가가 담당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분명히 김탁환 강영호의  장편 연작 소설이다. 소설집에는 강씨의 사진과 그 사진에서 떠오르는 상상력으로 창작해낸 이야기인  ‘서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인 연작 소설 7편이 담겨 있다. 이야기의 중추는 사진작가로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고 사는 사람 인간이자 드라큐라라는 괴물적인 인물이다.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무대를 넘나들며 산다. 이 소설집의 키워드 중 하나는 '서울'이다. 홍대주변이라던지 목동 근처의 풍경에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하나의 육체에 깃든 두 개의 영혼이 등장하고,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의 얼굴이 자신의 배와 가슴에 나타나는 지하철 기관사가 등장한다. 책에는 사진작가가 자신을 모델로 촬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사진들도 실려있다. 근래들어 한동안을 괴물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밥을 먹지 않고 녹차만을 마시며 20kg이나 감량했고 온몸에 초코렛을 바르거나 전구를 연결하면서 극한의 상상력을 사진에 담기 위해 애쓰는 모습 등 강영호작가의 열정 에서는 일종의 광기마저 느껴진다. 예술의 경계조차 희미해져가는 최근의 문화계는 융합현상이 두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분야에서 기존의 제도와 규율과 잣대로는 포착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만나고 토론하고 창조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소설, 사진, 전시회, 영화로 표현되는 새로운 장르로 재미있는 원형 스토리는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