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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승려가 된 히피 의사 - 행복과 평화에 이르는 길
툽텐 갸초 지음, 김인이 옮김 / 호미 / 2009년 3월
평점 :
나는 지금까지 언제나 지켜보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꿈꾸는 사람 이었다. 조그만 꼬마였을 때도 나는 세상을 이리저리 섬세하게 헤아리고 있었고, 그리하여, 자라면서 점점 더 확실히 깨우친 것은 , 삶이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동물이든 인간이든,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화두는 행복을 바라고 상처 입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저자의 서문 중에서)
이 책은 2005년 'A leaf in the Wind:A Life's Journey'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던 책으로 히피 생활을 하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 의사가 네팔의 한 사원에서 불교에 귀의하게 되는 사연을 저자 스스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 '에이드리언 로이 펠트만' 는 1943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유대교도인 아버지와 감리교 신도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났다.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던 중 조용한 몽상가이자 수도원에 들어가 은둔자가 되려는 막내 알료샤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1963년 멜버른 대학 의대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하다 영국으로 건너가 1971년 영국 런던대학에서 열대 의학 학위를 받고 의사로 활동했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의사인 그가 파키스탄에서 히피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로 훌쩍 떠난 것은 충동적이었다. 환각제를 나눠 마시고 토론을 일삼던 친구들은 어느날 뜸금없이 친구들과 함께 인더스강 1천㎞를 배를 타고 여행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여행을 마칠 때쯤 그는 내면의 힘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히피생활도 그에게 완벽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방황하던 그에게 네팔에서 라마 예셰와 라마 조파 린포체에게 30일 동안 들은 명상 강좌는 삶의 분기점이 됐다고 한다. 그는 "왜 우리는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가?",“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지?” 라는 질문에 매달렸다.
예전에 읽었던 '선의 나침반' 이라는 책에서 벽안의 승려 '현각'이 자신의 한국인 스승 숭산대선사의 가르침을 정리해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던 대목이 떠올랐다. 현각스님은 선교라는 불교의 종파라서 티베트의 불교와는 차이점도 있겠지만 과거 달라이라마의 책에서 철학으로서의 불교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진리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 진리를 알 수 있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이며 ,운명이란 또 무엇인가와 같은 의문에 대한 진리를 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남들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가?’ 이것은 지은이 에이드리언 펠트만이 일찍부터 품어 온 화두였으니,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폭력성이 자기 내면에도 있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면서도 불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이기심’에 있음을 깨닫는다.저자는 결국 깨달음을 쫓아 1977년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비구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다.
티베트의 라마교라는 종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불교는 지극히 수동적인 종교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물질을 등지고 숲으로 들어가 참선을 하며 깨달음을 얻는것이 전부인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현실을 바쁘게 살면서 별다른 고민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삶을 사는 나에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회의와 방황들, 그리고 불교에 귀의하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을 하며 사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된것은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된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