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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중국 신생대 작가 그룹의 대표작가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둥시'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쩡광셴 개성이 뚜렸한 인물이다. 그는 입만 열면 사고요, 움직였다 하면 평지풍파다.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항상 주변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주인공의 삶은 책의 원제인 '후회록'답게 온통 후회로 가득차 있으나 좌충우돌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운없는삶을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쩡광셴의 삶은 후회의 연속이고 모든 것은 바로 그의 ‘입’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주인공이 열다섯 살 소년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쉰을 눈앞에 둔 1990년대 후반까지 30여 년을 추적하고 있다. 주인공 광셴은 자본가 계급의 후손이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상황을 주인공의 아버지를 둘러싼 에피소드와 소년이었던 광셴의 눈을 통해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은 아버지를 목격하고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광셴은 자오산허의 오빠에게 고자질을 한다. 결국 아버지는 홍위병에게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또한 그가 전달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친구마저 죽음에 이른다.친구의 사촌누나 장나오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결과는 강간범이라는 누명과 10년여에 이르는 수형생활이다 그의 입은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매번 문제를 일으켜 주변사람은 물론 자신의 삶까지 수렁으로 이끈다. 한 사람의 후회의 연속인 삶과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루면서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그리고 황금만능주의의 돈을 종교 이상으로 숭상하는 배금주의사상으로 가득찬 인민들 그리고 가짜에 허우적거리는 사회 등 중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부잣집 망나니 아들이 뒤 국공내전, 공산정권 수립, 문화대혁명 등 굴곡많은 중국현대사를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적 배경과 한 인물의 일대기와 가족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설 '인생'에서 소설가 위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 있어 역사의 소용돌이에 힘없이 빨려들어가던 인민의 삶을 이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작가의 사명은 발설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이 소설 역시 중국 근현대사, 그 속을 살아가는 대단히 문제적이고 개성적인 개인 쩡광셴과 인민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앞에선 개인간의 인생만큼 고달픈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앞에 예고 없이 문득 찾아오는 험난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아내는 유머, 위트가 넘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