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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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과 산과 텅 빈 하늘이 보이는 데서 삽니다.
거기서 자고 깨면, 덥고 시린 사계절을 따라 눈·비·바람을 만나게 됩니다.
젖어 질퍽거리는 땅을 밟으면 옷과 신발에 흙이 묻어나고, 가뭄 끝에 거친 바람 불면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써야 합니다. 비바람에 작물이 쓰러지고 논밭이 쓸려 내려가기도 합니다. 긴 가뭄에 타들어 가는 작물의 수확을 아프게 접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연의 조화 속은 짐작이 어렵지요. 그저 체념하고 조용히 대비할 따름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쩌겠는가?
마음 깊은 데서 분노가 일지 않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일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만든 세상이니 사람이 바꿀 수 있고, 바꾸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 작가의 말에서

 

 




1980년대 민중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치던 그가  1990년 무렵부터 자기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일상과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글과 그림을 어울어 '그림으로 시를 쓴다'라는 평을 받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판화가 이철수는 충북,제천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며 지낸 지 22년이 됐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그가 이철수의 집(www.mokpan. com)을 통해 매일 사는 이야기인 더불어 사는 이웃들 소식, 집 안팎에서 만난 생명과 생명 아닌 것들에 대한 단상들,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드로잉과 판화 그림들에 담은 엽서 140통을 골라 묶은 것이다.

 

이철수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기쁨과 함께 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삶에 새로운 성찰을 갖게 된다.
그의 선에 대한 인식과 사랑이 범연하지 않고 그 나름의 선의 세계를 지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몇년째 불가의 선에 심취해 있다.그래서인지 그의 판화를 보면 선적인 요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80년대 민중운동의 일환으로 소위 운동권의 깃발에 자주 등장하던 그의 판화가 이제 많은 변화를 거쳐 동적인 느낌에서 정적인 느낌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의 판화와 글은 그의 문학성이 잘 나타나 있는것이 특징이다. 판화속의 풍경같은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청아한 삶을 살면서 일상사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낸다. 단순한 그림과 함축적인 글을 통해 드러나는 그 세계는 친절하면서도 때론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뉘우치게도 한다. 자연속에서 풍유를 즐기면서 사는 옛날 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삶을 사는 이철수화백 얼마전 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심을 떠나 산지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도시에 나오면 더 어색하고 자연속의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자연속에 사는것이 익숙한 삶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 하는것을 들었다. 역사와 자연에 겸손하게 깃들여 살면서 존재의 삶을 긍정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인들이나 미술가들이 자연을 화면에 담아온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것 같다. 

이 책의 내용들이 일 년 열두 달,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가 느낀 단상들을 적은 것들이다. 이를 읽노라면 "연못 속에 비친 달을 보면서 어쩌면 이 세상도 연못 속과  같은지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그렇다면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나의 참 모습도 어딘가 따로 있을 것만 같다"고 자연을 읊은 임보의 시가 생각나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느리게 살기를 실천한 자연주의자 화가  '타샤 튜더'의  버몬트 숲속에 비밀의 화원이 생각난다. 모두 자연과 하나되는 삶이었다.


"아직 살아 있어 이렇게 인사를 나눕니다. 이 일이 한없이 큰 걸 모른다면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닙니다."

(p.12 살아 있어 나누는 인사)

 

그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내면의 빛을 이야기하지만
주위에 살아있는 것들과 이름이 없는 사물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밝은 눈은 시간의 강물 속에서 덧없 이 흘러가는 것들과
삶과 죽음을 투명하게 꿰뚫는다. - 류시화 -


 

 

 

 

이철수의 집 : https://www.mokpan.com/ 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매일 '나뭇잎편지'를

 이메일로 받을 수 있고 비상업용으로 공개한 이철수선생님의 목판화를 좀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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