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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이방인
제임스 처치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처치는 1970년대부터 20년 이상 한국, 북한 등에서 ‘서방 정보요원’으로 지냈으며 현재도 요원인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처치라는 이름은 작가의 가명이다. 신상에 관한 모든 사항이 베일에 싸여 있는 저자는 실제로 베테랑 서방 정보 요원(Western Intelligence Officer) 출신으로, 아시아의 생활 및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북한 인민보안성 소속 북한인 수사관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이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주인공 오를 통해 북한의 오늘을 견디는 오 수사관 같은 독립혁명 투사의 3세대가 보는 북한에 대해 쓰고 있다.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에 대해 정치, 사회적인 면은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묘사하고 비밀에 싸인 은둔의 왕국 북한의 안쪽을 서방 정보 요원 출신인 작가가 심도 깊게 묘사했다. 정치첩보 소설이라기보다 탐정 소설인 동시에 북한의 사회 풍경,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르포 사회소설이라고도 할 수있다. 하드보일드소설의 느낌도 드는 이 소설의 저자는 인터뷰에서 북한사람을 주인공으로 북한을 배경으로 해서 나온 소설책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 책을 쓸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취침전 필독서'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이 책에서는 북한을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따뜻한 시선에서 살펴보고 있다.
작가는 민감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기보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면을 보여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정치, 사회적인 면은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묘사해 결국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소설은 북한의 말단 경찰이 미궁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다. 오 수사관은 서방과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해외근무를 한 정보요원이기도 했다. 그는 “잊어 버린다”는 것이 북한 정치에서 살아가는 방법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의는 그런 것이 아니며, 인간의 삶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느낀다.
현대의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처음으로 접했다. 사회주의 사회의 모순을 느낄 수 있었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를 얻은것처럼 뿌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도 북한의 폐쇄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체재내부의 깊숙한 모순을 발견하기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는데 북한전문가인 저자의 소설을 통해 생생한 북한 사회를 엿본것이 이 소설을 읽고 얻은 가정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한때 정보기관의 분석가였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도 많다. 그러나 분석가, 학자들은 이데올로기나 도덕적 관념에서 북한을 엄중히 보려고 한다. 그러나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는 이런 제약이 필요 없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로 했다. 오 수사관의 세계라는 것은 결국 범죄를 다루는 것이다. 북한에는 ‘주체사상’ ‘김일성 부자 숭배’ 등 이념과 도덕만 있는 게 아니다. 군과 내무성, 지방인민위원회와 중앙, 노동당과 내각 등 각종 분쟁이 있다. 파벌도 있고 부패도 있다. 남북과 길이 트이면서 군부와 내각, 그들이 ‘중앙’으로 부르는 국방위원장 그늘과의 권력 투쟁도 있다. 은행에서 일어난 실크양말 복면을 쓴 외국은행 강도사건을 둘러싼 범죄를 추적하면 그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됐다>>(저자의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