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평론가이자 애서가 정진국 씨는 2007년 봄부터 2008년 초 겨울까지 유럽에 있는 책마을을 여행했다. 저자가 스위스, 프랑스, 베네룩스3국, 스웨덴,노르웨이, 독일 영국등 유럽전역에 흩어져 있는 총 24곳의 책마을을 순례하면서 만난 수많은 책과  때로는 길을 함께하기도 했고, 길에서 헤어져야 했던 많은 사람과 책, 그리고 책을 만들고, 살리는 사람들에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유럽 책마을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책마을들이 쇠락해가는 농촌을 부흥시키고자 만든 곳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고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 숙박도 호텔보다는 민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한다.


세계 최초의 '책마을' 영국의 '헤이 온 와이' 

세계 최초의 책마을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의 헤이 온 와이다. 오래되어 더 소중한 것들이 있는 곳,  웨일스 책마을 헤이 온 와이 휴양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마을인구 1천 3백명에 40개의 책방이 오밀조밀 자리잡고 있다.  16개의 갤러리가 있고, 5월 말에는 시인, 작가, 정치인, 배우들이 모여 문학축제를 벌인다.이 곳은 아름다운 경치와 독특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 덕에 휴양지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마을은 여기저기서 선전하고 있다. 1962년 리처드 부스가 성을 사들여 헌 책방을 크게 연 게 그 출발로 이 곳은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책을 주제로 한 관광촌의 전형이 되었다. 이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는 헤이 캐슬이라는 서점이다. 
 

1200년께 윌리엄 드 브레오스 2세에 의해 세워진 이후 수없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았던 헤이 캐슬은 왼쪽 벽이 조금 허물어진 채 서 있다. 이 곳은 아름다운 경치와 독특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 덕에 휴양지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헤이 온 와이(Hay-on-Wye) 와

책마을' (www.hay-on-wye.co.uk)이다. 그러나 지금은 두 곳을 합쳐 75만권의 장서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으로 바뀌어 하루 1천명이 찾아오곤 하는 곳이다. 연간 책 판매량이 100만 권이 넘고 주민 전체가 헌책방을 중심으로 생활을 꾸려간다고 하며 관광객이 몰리면서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호텔·민박집 등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헤이 온 와이의 성공을 모델 삼아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유럽 전역에 책마을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책마을에서 더 없이 편안한 휴양지로, 작은 마을 축제에서 세계적인 '헤이 페스티벌' 이 될 정도로 헤이 온 와이가 명소로 자리 잡은 까닭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과, 녹녹지 않은 세월과, 이 모든 걸 감싸안는 자연이 조화를 이루었던 것 이상으로 '서두르지 않는 삶' 과 '지킬 것은 지키는 그들만의 문화' 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런던 유로 민박홈페이지>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뷘스도르프(Brandenburg, Wuensdorf)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주거단지로 위장한 요새.사용하던 독일군의 벙커형 건물 수십동과 군사 박물관이 있는 한적한 숲속마을의 벙커를 고서점으로 바꾸어 책마을이 된 곳이다. 45년 독일 국방군이 패망하던 4월까지 사령부 지휘소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벙커 안 병사들의 내무반이었던 곳에 책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곳은 서적 외에도 러시아 군복과 군장, 군모, 표장과 수기본 등이 가득하다.밀리터리 메니아들이 군침흘릴만한 장소의 책방이라니 굳이 전쟁메니아가 아니더라도 전쟁의 비인간성을 되새겨볼 수 있는 교훈적인 장소로서의 의미가 있을것 같다.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인 브르타뉴의 베슈렐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로 지정되면서 텅비었던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책마을인 베슈렐의 경우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한때 대마(大麻)를 꼬아 짜는 선박용 밧줄의 생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베슈렐은 1960년대 이후 전국적인 농촌 대탈출 바람으로 몰락일로에 놓여 있었던 곳이다. 4만5000유로였던 500평방미터 땅이 책마을 조성 이후 10년 만에 20만 유로로 치솟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내내 오래된 종이냄새가 꼬끝을 맴돌았다. 책이 좋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책방 사람들을 만나러 떠나고 싶어진다.  빛바랜 헌책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나누고 그 속에서 현재 자신의 시간과 의미를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도 고풍스러운 책마을이 한곳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책이라는 물건을 만들고 그 원고에 생명을 주고, 그것이 세상에 살아 있도록 유통시키는 사람들의 노고를 아끼지 않고 묵묵히 출판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책을 살리고 만드는, 책방과 출판사를 지키는 사람들께 바친다고 적고 있다. 

책방에 대한 관심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초반쯤부터이다. 그 무렵 어느 날, 프랑스 한 산골 마을 책방에 하도 군침을 돌게 하는 책이 많아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닫혀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위층에서 파이프를 문 턱수염 신사가 내려왔다. 그가 서점 주인인데 알고 보니 문인이었다. 그의 2층 서재에 올라가보았다. 나는 그 뒤로 단 한 곳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모르비앙의 ’수도사 섬‘에 사는 친구의 아름다운 서재를 빼고는 다시는 이 세상에서 그토록 감탄을 자아낸 서재를 본 적이 없다. 그저 책을 즐겨 읽고 또 쓰는 사람의 방이다. 이번 기회에 책에 미친 이들은 그렇다 치고, 책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또 멀찌감치에서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도 마냥 좋아하는 그런 사람도 만났다. 카페의 아주머니나 성당의 종지기처럼…….’ (p.331-p.332 책을 끝내며)" 

책이 잘되자면, 우선 책을 다루는 사람이 잘되어야 한다. 책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만들고 전하는 모든 사람이 중시되어야 한다. 엘리트도 적지 않게 투입된 요즘의 출판계에도, 일반이 생각하기에 책은 필자와 독자만 있고, 그 사이에 있는 편집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런 날이 언제일까. 중매쟁이들이 어느 출판사 다니는 총각이나 색싯감을 잡으려고 난리를 피우고, "책 만드는 놈한테 딸을 보내야 할 텐데..."라든가 "아무개 서점 아들 없소" 하면서 수소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p.334 책을 끝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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