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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1997년 봄 고베에서 발생한 14살 중학생이 초등학생 목을 잘라 학교 교문 앞에 내버린 엽기적 사건으로 자신을 '투명한 존재'라고 부른 사카키바라 소년은 의무 교육과 의무 교육을 낳은 사회에 대한 복수로 살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인 일명 '사카키바라 사건'을 계기로 저자가 '28년전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옛 사건을 찾아 나선 오쿠노는 과연 두 사건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히로시 사건의 범인 A 역시 재판 과정에서 자신을 '투명한 존재'라고 말했고, 반성이나 사죄 대신 오히려 '절망에 빠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변호사로 출세한 살인범 소년 "제가 예전에 뭘 잘못했나요?" 라는 말은 피가 솟구치게 만들면서 시쳇말로 꼭지가 돌게 만든다.논픽션으로 프리랜서 기자인 오쿠노 슈지는 1969년 일어난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건 후 생활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1997년 취재를 시작해 9년간이나 이사건을 추적한 저자의 집념이 엿보이는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르포다.
얼마전 가슴을 슬픔으로 물들게 하는 영화를 보았다. '그놈 목소리'란 제목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는 그런 법적 제도의 훼방과는 상관없이, 당한 이들의 분노와 슬픔은 시간이 얼만큼 지났든 여전히 뜨겁고 처절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고 증언한다. 인륜을 거스르는 범죄 앞에서 나라가 희생자들의 편에 서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런데 때론 이런 최소한의 의무에도 충실하지 못한 국가가 국민들을 서럽게 한다.
옮긴이의 말중에인간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이루어갈 능력이 있기에 '인간'인것이다. 이 책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이 두사건을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것이 아니라 그러한 고통들을 거울삼아 부조리하게 분명히 드러난 모순들을 확실히 짚어보고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가해자의 갱생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죄는 빼앗긴 유족의 슬픔과 표리일체"라는 저자의 말이 있다.
아무 이유없이 범죄에 휘말려 겪고 있는 가족은 결코 히로시집안만이 아니다. 지금도 날마다 범죄 피해자가 생기고 있고, 그들은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남몰래 견뎌내고 있다. 가해자의 갱생에 들이는 수고와 비용만큼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를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