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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평점 :
죽음의 밥상-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2008)- 책의 원제목은 'The ethics of what we Eat'(2006)이다.
최근의 웰빙 열풍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채식주의, 저지방 저칼로리 식단 등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고 웰빙 또는 참살이라는 용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전지구적으로 '시대의 키워드'로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0대 남성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보유하고 살고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괜찮아"라고 얼버무리던 남성들도 뒤늦게 찾아오는 건강 이상을 느끼면서 웰빙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건강이다. 건강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이다. 좀 산다는 사람들에게는 '잘 먹는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것을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유기농 식품 매장과 유기농 레스토랑이 지금은 성업중이다. 유기농 매장과 레스토랑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값이 비싸다는 것은 더는 심각한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때에 '조류독감'이다 '광우병'이다해서 사회적 관심이 온통 바른 먹거리에 쏠려 있다.
유명한 실천윤리학자와 미주리 출신 농부가 쓴 이 책의 공동저자중 한명인 ' 짐 메이슨(Mason)은 미주리 주에서 5대째 농사 짓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공장식 농업이 고향을 삼켜버리자 법률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그의 첫작품은 공장식 농업의 폐해를 고발한 ≪동물 공장≫으로. ≪죽음의 밥상≫은 그의 두 번째 작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평범한 가정의 식사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적나라하게 추적하고 있다. 크게 3개의 파트로 구분해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에 대하여 고찰하고 두번째로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로 여러종류의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과 산업측면에서의 불공정성을 따져 검증하고 마지막장에서는 육식의 윤리학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채식주의에 대하여도 상당부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말한다. “먹는 것은 윤리문제이며,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동물 학대의 주범은 고기를 탐하는 우리다. 우리는 식품의 소비자이며, 식품 산업은 수백 억 동물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살장이 이틀간 죽이는 동물은 4000만, 매년 100억 마리에 이른다. 이 책의 집필의도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작금의 먹거리에 대한 논쟁중 에서 특히 생산성의 논리를 앞세운 '유전자조작농산물'과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자유화에 따른 '광우병'위험에 대해 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GMO를 '괴물식품'이라고 부른다. 제초제에도 죽지 않을 만큼 내성을 강하게 만든 농산물이 GMO이다. 옥수수는 주로 가축의 사료로 쓰이며 유가폭등 이후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EU에서는 GMO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자주 무역 마찰을 빚는다. 세계식량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은 인체에 무해하자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광우병과도 일목상통한 면이 있다. 광우병도 발견된지가 얼마되지 않았고 또 이 병의 잠복기가간 이 긴 관계로 아직까지는 의학적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과 관련하여 이의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중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와 병원 등에 공급될 경우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들이 먹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로 당연히 예상되어지는 결과라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일리있는 이야기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으로 식량의 가격이 폭등하는 에그플레이션추세가 계속된다면 소와 닭 등을 사육하는 축산업자들에게 도덕성만을 강요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당연히 '교차오염'이라는 현상이 더욱 극성을 부릴것은 뻔한 이치다. 소가 소를 먹어서 생기는 병이 광우병이다. 미국에서도 소가 소를 먹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가 돼지나 닭을 먹고 돼지나 닭이 다시 소를 먹게 한다. 이때문에 돼지나 닭속에 들어 있는 소의 '광우병 프리온 물질'을 소가 먹는 일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책에서는 대량사육되어지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비윤리적 측면에 대하여서도 지적하고 있다. 대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참혹한 환경 속에 있었다. 복사 용지만한 공간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모이와 물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려 1분에 120마리가 도살된다. 닭은 인간과 비슷한 신경계를 지니고 있을 뿐더러 감수성도 예민한 동물인데도 말이다. 다른 동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육 돼지의 대부분이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축사에 갇혀 지내며, 50년 전의 젖소보다 세 배 이상의 우유를 짜 내는 미국 젖소들은 숱한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한 2005년 유엔 특별조사단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다수의 동물을 좁은 지역에 몰아넣고 기르는 축산 방법'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싼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식료업계를 비인도적인 길로 내몰고 있다. 그것은 환경 문제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도 GMO옥수수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유전자 조작 식물(GMO)은 회복 불가능한 환경 피해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종(種)이 다른 종의 본질을 간섭하는 오만함'이라는 철학적 문제도 내포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식품들을 섭취했을때 인간들의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것인가? 겁도나고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서 과연 비윤리적인 부분을 감수하고도 계속 인간은 동물성 고기를 섭취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에도 봉착했다. 나는 채식주의자를 선언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으로 기본적인 단백질원으로서의 육식을 즐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왜 몸에다,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잠재적 독극물을 퍼 넣어야 하나?"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로 한동안 나를 괴롭힐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