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김다슬 에세이
김다슬 지음 / 클라우디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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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슬 작가의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는 제목만큼이나 일상 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감정과 기분에 대해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여유롭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서 하루를 망치곤 합니다. 기분은 그날의 생산성뿐 아니라 인간관계, 목표 달성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실제로 기분이 좋을 때는 같은 상황에서도 쉽게 넘길 수 있고, 일이 더 잘 풀리는 반면, 기분이 나쁘면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기분이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감정의 파동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이를 풀어가는 저자의 다정한 문체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줍니다.



책의 첫 번째 장에서는 감정과 삶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견디면 잘 풀리는 때가 온다"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이 장은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낼지에 대한 조언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곤 합니다. 불안하고 슬픈 감정에 휩싸이면, 그 감정이 모든 일에 스며들어 하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거나 무시하기보다 그 감정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며, 작은 발걸음으로 하루를 견디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 발자국만 내딛어보자”는 작가의 조언은 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한 번에 이루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합니다 .

또한 "정신이 뺏기지 않아야 충실한 하루다"라고 말하며, 스마트폰 등 외부의 자극에 의해 우리의 정신과 기분이 얼마나 쉽게 흐트러지는지를 지적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기분 관리가 단순한 감정 조절이 아니라 삶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분을 잘 관리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더 충실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와닿았습니다.


책의 두 번째 장에서 요즘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관계 디톡스'에 대한 조언은 매우 실질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며,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과감히 끊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관계는 우리의 기분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가까이 두어선 안 될 사람"과 "맺고 끊는 것이 잘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관계의 적절한 거리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불필요한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입니다. 불필요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자존감과 감정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쳐줍니다. 이는 마치 관계의 ‘디톡스’와도 같습니다.

특히,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 없다"라는 말은 개인적인 성장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조언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독자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따뜻한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인생의 힘든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저자의 조언은 단순한 긍정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실질적인 용기를 발휘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작은 용기를 가지길. 용기는 크게 마음을 먹고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주 소소한 걸음에도 실린다"는 문구는 저자의 이런 마음을 잘 요약해줍니다.

모든 것이 일시적이고, 결국 지나가리라는 저자의 위로는 고단한 삶 속에서 큰 힘이 됩니다. 마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날은 신기하게도 반드시 다시 온다"는 메시지는,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낙관적인 메시지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작은 습관과 행동이 결국 삶을 바꿀 수 있음을 강조하며, 그 과정에서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공하며, 독자는 그 조언을 통해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나를 높이고, 아끼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내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소홀히 대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아끼고,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말합니다 .

특히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자신을 믿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매우 유용합니다. 자존감을 낮추는 말투를 지양하고,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이 장에서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타인을 배려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나는 나를 높이고, 아끼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 자신을 먼저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삶의 질도 개선될 수 없다는 이 간단한 진리는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기분이 하루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김다슬 작가는 기분 관리에 있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아낌없이 담았습니다. 특히 삶의 어려운 순간에 어떻게 자신을 다스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지에 대한 통찰은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할 듯 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느낀 것은 작가의 문체가 굉장히 섬세하고 따뜻하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조언은 독자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아니라, 마치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처럼 다가왔습니다. 그 점이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이었습니다. 책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잔잔한 위로와 용기를 선물해 주었고,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해준 귀중한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문체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결 더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의 작은 부분에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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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에 빠진 앨리스 책 읽는 샤미 38
우신영 지음, 주정민 그림 / 이지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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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영 작가는 이미 '언제나 다정죽집'으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시티 뷰'로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이름을 알린 바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문학과 판타지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독창적이고 의미 깊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맨홀에 빠진 앨리스"는 그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고학년 장르문학으로 쓴 새로운 판타지입니다. 기존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다정함과 위로의 목소리가 이 작품에서도 돋보입니다.



"맨홀에 빠진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고전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캐럴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경쟁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상상력과 비유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현실에서 겪는 사회적 문제들, 특히 경쟁과 억압의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처한 과도한 경쟁과 그로 인한 상처를 이야기하며,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 서로를 치유하고, 결국 함께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학원과 경쟁으로 지친 아이들이 ‘노는 것이 밥’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잊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아이들의 본질임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다양한 개성과 상처를 가진 동물 캐릭터들을 통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겪고 있는 소외와 억압의 문제를 다루며,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치유하는 힘으로 연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앨리스는 엄마의 촘촘한 학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어린입니다. ‘원더랜드 잉글리시’ 학원으로 가던 중 실수로 맨홀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맨홀 속 세계는 독특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이는 마치 경쟁에 찌든 현실 세계의 축소판처럼 느껴집니다. 이 세계에서 만난 친구들 – 사냥을 싫어하는 시 쓰는 사자, 산책을 즐기는 타조, 영어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오징어 – 역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 세계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의 사연은 모두 소외된 존재들의 고통을 반영하며,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겪는 부담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토끼왕국을 지배하는 토끼왕자는 현대 사회의 규칙과 틀에 갇힌 어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는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존재들을 억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토끼 왕자는 앨리스에게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이를 해결해야만 맨홀 밖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앨리스와 동물 친구들은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우정을 쌓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갑니다.

앨리스는 맨홀 속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과 동물 친구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토끼 왕국의 억압적인 질서를 깨뜨리기로 결심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모험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며, 이들의 연대는 다정함과 유머로 채워져 있습니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존재지."

작가는 아이들이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그들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점을 말합니다. 이러한 문장은 단순히 주인공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과 압박 속에서 자라나는 현대 아이들에게 자아를 찾아가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대목은 앨리스와 시 쓰는 사자가 나누는 대화이다.

“시 쓰는 사자도 어딘가에선 사랑받을 거야. 다른 사자들의 지혜를 전수하고, 무리에 필요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아기 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빚어내는 사자. 그런 사자는 정말 멋있을 거야.”

각자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처럼 들립니다. 자기다움을 찾고, 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는 메시지는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감동을 줍니다.

앨리스가 이끄는 여정은 그 자체로 자유와 성장의 메타포입니다. 맨홀 속 세계는 규칙과 틀에 얽매여 있는 경쟁적인 사회의 축소판이지만, 앨리스는 그 안에서 자유롭고 당당한 어린이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성장해 나갑니다. 어쩌면 어린이 독자들이 겪고 있는 학업과 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앨리스의 모험은 그들에게 ‘자기다움’을 되찾고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신영 작가의 "맨홀에 빠진 앨리스"는 아이들이 겪는 경쟁과 상처를 판타지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담아낸 점에서 특별합니다. 판타지의 힘을 빌려 소외된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는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선사하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지나친 경쟁과 압박 속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으며,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환상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사해줍니다. 부모나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적 고민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게 해주고, 그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동물 캐릭터들과 앨리스의 모험을 통해 우리는 결국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여정에서 연대와 다정함이 어떻게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싶은 부모님, 성장과 자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찾는 어린이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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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1
고정욱 지음, 온링꽃 그림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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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작가의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정에서의 갈등과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감정적인 혼란과 어려움을 다루며, 특히 가족 내에서 생길 수 있는 미움과 반항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주인공 정빈이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낡고 좁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기대와 다른 현실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부모님이 자주 다투고 자신을 학원에 강제로 보내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정빈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며, 처음으로 부모님께 반항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이런 감정적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빈이의 시선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혼란을 잘 보여줍니다. 서울에서 작은 도시로 이사 온 후, 좁고 허름한 집에 실망하고, 사업이 힘든 부모님의 잦은 다툼을 목격하며 정빈이는 더욱 혼란스러워집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가정 내의 갈등과, 그러한 갈등이 어린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현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정빈이는 처음으로 엄마, 아빠에게 크게 반항하기 시작하는데……"라는 대목에서 정빈이가 겪는 감정적 혼란이 드러납니다 .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느끼는 반항심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빈이처럼 그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며, 이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반항을 통해 정빈이는 단순히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정빈이는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싸움만 하는 엄마, 아빠가 미워졌습니다.”(p.35)라는 부분처럼,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책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가족 갈등을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정빈이가 느끼는 불안과 혼란은 부모님의 경제적 어려움과 잦은 싸움, 그리고 자신에게 강요된 학원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됩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알려주기보다는, 정빈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풀어내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책이 일방적인 교훈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가장 큰 주제는 '대화의 중요성'입니다. 작중에서 정빈이는 부모님에게 직접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그로 인해 점점 더 부모님과의 갈등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정빈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이해하려는 어른들이 등장하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특히 영양사 선생님은 "외롭고 쓸쓸한 건 안 좋은 거지만 그걸 남한테 말하지 않고, 가슴속에 품고 있는 건 더 안 좋은 거야"라는 말을 통해 정빈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줍니다 . 이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부모와 아이 간의 갈등은 흔히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정빈이 역시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며, 그로 인해 반항심을 키워갑니다. 부모님은 나름의 방식으로 정빈이를 타이르려 하지만, 정빈이의 내면에 쌓인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정빈이는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피시방에 가거나 학교를 빠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지만, 결국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부모님과의 갈등을 해소합니다. 책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독자들에게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을 간접적으로 전달합니다.

정빈이는 단순히 엄마, 아빠가 미운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과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혼란과 두려움을 겪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빈이가 피시방에 가고, 학교를 빠지며 부모님께 반항하는 장면은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잘 나타냅니다. 정빈이의 성장통은 "집은 더 이상 안락한 곳이 아니었다"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며, 아이들이 자신의 공간에서조차 불편함을 느낄 때 얼마나 큰 심리적 혼란을 겪는지를 보여줍니다 .

부모들도 정빈이의 감정을 통해 아이들이 부모의 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부모와 아이 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단순한 충고나 훈계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갈등이 해소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빈이의 이야기는 예비 초등학생과 초등 저학년을 위한 필독서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적 어려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하고 있어, 가정 내에서의 소통을 도와주는 유용한 가이드북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책에 등장하는 정빈이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는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부모와 아이 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정빈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은 어린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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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비둘기
제임스 크뤼스 지음, 이유림 옮김, 류재수 그림 / 논장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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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크뤼스의 "독수리와 비둘기"는 전적인 우화 형식을 취한 이야기 모음집으로, 죽음의 위기 앞에서 비둘기가 독수리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들려주는 8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동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교훈과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들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 협력과 연대, 그리고 평화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개인의 도덕적 성장을 촉구합니다.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그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독수리와 비둘기의 이야기는 그저 스토리의 틀일 뿐, 그 안에 담긴 여덟 가지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교훈을 품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번 곱씹을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크뤼스는 독수리와 비둘기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통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닌, 지혜와 용기, 연대가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독수리에게 생명을 구걸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로 살아남으려는 비둘기의 모습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기본 플롯은 비둘기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독수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약자인 비둘기가 힘센 독수리에게 단순히 애원하거나 간청하는 대신, 이야기를 통해 독수리의 허영심을 자극하고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힘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와 재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특히 "때로는 영리하고 재치 있는 게 크고 힘센 것보다 나을 때도 있어요"라는 메시지는 삶의 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리입니다. 이는 약자가 힘을 모아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주며, 작가의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작은 비둘기가 독수리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둘기는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8편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비둘기와 독수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힘의 관계와, 그 속에서 지혜와 용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거미가 고마워한다고 해서 사람한테 자랑거리가 되는 건 아니지'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신의 시각에서만 상황을 해석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야기에서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는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자주 빠지는 오류이며,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편지가 너무 길었어. 내 말을 들었어야지."

💬거미가 자신의 편지를 너무 길게 썼다는 점을 반성하는 장면으로, 자기중심적인 판단이 초래할 수 있는 실수를 잘 보여줍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만 행동하는 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주인에게 저항한 당나귀들' 이야기는 연대의 힘과 저항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당나귀들이 주인에게 맞서 협력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은 사회적 연대와 단결의 힘을 상기시킵니다. 이 이야기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힘을 모으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우리 당나귀들이 대체 뭘 하는 거야?"

💬당나귀들이 주인에 맞서 집단으로 저항하는 장면에서 나온 것으로, 연대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약자들이 단결하면 강자에게 맞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 중 하나는 '굴뚝새와 독수리 또는 모기와 코끼리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언어가 어떻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위험을 보여줍니다. 말은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때로는 사소한 오해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소문이나 가짜 뉴스가 얼마나 쉽게 퍼지고, 그로 인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 이야기, '마라 부인과 아들 부크 이야기'는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결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마라 부인이 아들을 위해 십칠 년 동안이나 기다리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어머니의 인내심과 사랑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가족애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전쟁이랑 평화는 달라요'라는 이야기에서는 평화의 소중함과 전쟁의 참혹함을 대비시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전쟁과 평화의 대립 속에서 결국 생명을 살리고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게 합니다.



크뤼스는 작은 비둘기를 통해 약자도 충분히 지혜와 용기를 통해 강자에게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협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킵니다. 또한 비둘기가 독수리 앞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능청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긴장감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특히 이야기가 전달되면서 서로 다른 해석과 왜곡이 발생하는 부분은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말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게 합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시공을 초월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독자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힘과 권력만으로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으며, 지혜와 협력, 그리고 사랑과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삶의 진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교훈을 줄 수 있는 우화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독수리와 비둘기"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읽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교훈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강자에게 맞서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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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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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의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는 심리 서스펜스와 누아르의 절묘한 결합으로, 인간 내면의 악과 그로 인한 파국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흔히 예상되는 팜므파탈의 이야기나 살인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서늘하게 파고들며 진정한 공포를 전달합니다. 무엇보다도 홀딩의 뛰어난 심리 묘사와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 내면의 갈등이 빚어내는 긴장감이 이 책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홀딩은 표면적으로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과 그것이 점차 악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려내며 독자를 서서히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작품은 대단히 평범한 남자 쇼 델란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부유한 연상의 아내 조세핀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가 누리는 안락함 뒤에는 아내의 의심과 통제, 그리고 끊임없는 불만이 존재한다. 쇼는 그런 아내의 변덕을 묵묵히 견디며 외적인 평화를 유지하려 하지만, 내면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런 심리적 억압이 쌓이는 과정이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독자는 그가 품고 있는 내적 고통과 소외감을 생생히 느끼게 된다.

이러한 억압된 감정이 점점 터져 나올 기미가 보이는 순간, 등장한 미스터리한 여성 엘시는 쇼와 그의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기폭제가 됩니다. 그녀는 전형적인 팜므파탈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태초부터 남자들이 죽고 못 살던 마법 같은 존재"라는 표현처럼 엘시는 남자들을 매혹시키지만, 그것은 외적인 매력보다는 그들 내면의 불안과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로서 기능합니다.

그녀는 쇼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인 화가 로버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버트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며,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아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로버트의 고백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선,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악과 마주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엘시의 존재는 등장인물들이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아서, 그들이 감추려 했던 내면의 악이 드러나도록 유도합니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이 주는 큰 공포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홀딩은 인간 내면의 욕망과 나약함이 외부의 자극을 통해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홀딩의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사건의 범인보다 범죄의 원인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왜 범인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사건의 심리적 배경으로 안내합니다. 쇼 델란시는 자주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려 애를 씁니다. 그는 "자신의 의존적 삶이 짓누르는 무게를 통째로 느꼈다"며, 자신을 지탱해 온 모든 가식이 구겨져 가련한 모습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그가 아내의 질투와 통제를 묵묵히 견디면서도 내면 깊숙이 숨겨진 욕망과 불안은 그를 파멸로 이끌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홀딩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내면의 악이 어떻게 서로를 잠식하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했습니다. 이 작품은 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을 다루지만, 그 이전에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 갈등의 누적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다룹니다. 쇼는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고 현실을 회피하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억눌린 욕망과 분노에 지배당하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전개는 독자가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며,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불가피하게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홀딩의 가장 큰 강점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는 데 있습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닌, 각자의 욕망과 두려움, 불안 속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로버트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엘시에게 빠져들고, 쇼는 내면의 공허함과 아내의 통제에 지쳐가지만, 결국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종속되고 맙니다.

특히, 쇼와 로버트의 우정과 갈등은 작품에서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쇼는 로버트가 부럽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로버트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삶 역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이들은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면서도, 결국 같은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복잡성이 작품에 강력한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홀딩은 작품을 통해 부와 사회적 지위가 인간의 본성을 변화시키지 못함을 강조합니다. 쇼 델란시는 부유한 아내 덕분에 겉보기엔 안정된 삶을 살지만, 그는 내면적으로는 철저히 공허했습니다.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외부에서는 완벽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의 인간다움을 서서히 파괴해 나갑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으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라는 대목에서 쇼가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극적으로 그려집니다.

홀딩은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 불안, 죄책감 등을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와 억압된 감정들이 어떻게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결국 그들의 파국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각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이 곧 독자에게 깊은 공포와 긴장감을 줍니다.

이처럼 인간 관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통해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 심리적 드라마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속 감정들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심리적 갈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천천히 해부하면서 그들의 감정과 욕망이 어떻게 그들을 파멸로 이끄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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